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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6, 2024

전래동화 <토끼의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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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의 간 (1)

옛날 아주 먼 옛날이야기예요. 바닷속 용궁에 사는 용왕이 깊은 병에 걸렸어요. 용하다는 의원들이 모두 찾아와 용왕을 진찰했어요.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지요. "용왕님 병이 점점 심해지니 어쩌면 좋단 말인가?" "용왕님이 돌아가시면 바다는 어떻게 될까?" 신하들이 걱정하는 소리가 하늘까지 들렸어요. 마침 그때, 구름을 타고 바다 위를 지나던 도사가 그 소리를 들었어요. "허허, 용왕님이 병에 걸렸나 보구나." 도사는 용왕을 만나러 용궁으로 갔어요.

토끼의 간 (2)

도사는 용왕을 살펴보고는 한숨을 내쉬었어요. "음, 용왕님의 병이 매우 깊군요. 병을 고칠 약이 딱 하나 있긴 한데……" 그 얘기를 들은 용궁 신하들이 입을 모아 물었어요. "약이 있다고요? 그 약이 무엇인가요?" "바로 육지에 사는 토끼의 간이라네." "육지에 사는 토끼라고요?" 바닷속 동물들은 토끼를 본 적이 없었어요. "토끼의 간을 얻으려면 육지에 가야 하는데, 우리가 육지로 가면 토끼를 만나기도 전에 죽을 게 뻔해!" 신하들은 모두 뒷걸음질 쳤어요.

토끼의 간 (3)

"토끼의 간을 구해 오는 이에게는 큰 상을 내리겠노라." 용왕이 간신히 힘을 내어 말했어요. 하지만 신하들은 선뜻 가겠다고 나서지 못했어요. 그때 누군가 저벅저벅 걸어 나왔어요. "소인이 토끼의 간을 가져오겠습니다." 주둥이가 뾰족한 자라였어요. "소인은 산과 바다를 모두 다닐 수 있사옵니다. 그러니 제가 토끼의 간을 가져오겠습니다." 용왕은 매우 기뻐했어요. "오, 그대가 이리 나서 주니 내 병이 곧 나을 것 같구나!"

토끼의 간 (4)

도사는 자라에게 토끼 초상화를 그려 주었어요. "기다란 두 귀에, 앞다리는 짧고, 뒷다리는 길고, 꼬리는 잘록하고…… 허허, 참으로 우습게 생긴 동물이네?" 자라는 토끼 그림을 보며 웃었어요. 그럴 수밖에요. 바다에는 토끼처럼 생긴 동물이 없었으니까요. 자라는 서둘러 토끼를 찾아 육지로 떠났어요. 육지에 도착한 자라는 토끼 그림을 들고 산으로 갔어요. 그때 무엇인가 폴짝거리며 뛰어왔어요. "저게 혹시 토끼인가?" 하지만 그건 토끼가 아니라 개구리였어요. 얼마 뒤 껑충껑충 뛰어가는 동물을 만났어요. "잘록한 꼬리, 그런데 토끼는 뿔이 없는데……" 그 동물은 사슴이었지요.

토끼의 간 (5)

그때 작고 귀여운 동물이 깡충깡충 뛰어가는 게 보였어요. 기다란 귀, 짧은 앞다리, 긴 뒷다리, 잘록한 꼬리, 초상화와 똑같은 모습이었어요. 자라는 몹시 반가웠어요. "맞다. 맞아! 토끼가 틀림없어. 여보시오, 혹시 토 선생이신가요?" 토끼는 똥그란 눈을 더 똥그랗게 떴어요. "맞긴 하오만, 뉘신지요?" "저는 용궁에서 온 자라 대신입니다. 용왕님께서 토 선생을 육지 동물 대표로 생일잔치에 초대했습니다." 토끼는 자신을 토 선생이라 하는 것도, 육지 동물 대표라는 말도 싫지 않았어요.

토끼의 간 (6)

"흠, 나를요? 하지만 이를 어쩌나? 난 육지에 사는 동물이라 바다에 들어갈 수가 없다오." 토끼가 아쉬워하며 말했어요. "토 선생, 내 등에 타면 되니 걱정 마시오. 용궁에 가면 맛난 음식에 귀한 보물을 받을 것이요." 자라의 말에 토끼는 귀가 솔깃해졌어요. 육지에서는 사나운 동물에 쫓기느라 마음 편할 날이 없었거든요. 결국 토끼는 자라를 따라 용궁으로 갔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에요? 용궁에 도착하자 병사들이 몰려들어 토끼를 꽁꽁 묶는 게 아니겠어요? "아니, 이게 무슨 짓이오?" 병사들은 토끼를 용왕에게 데리고 갔어요.

토끼의 간 (7)

"오, 네가 토끼로구나! 내 몸이 안 좋아 너를 데려왔지만 네 간을 먹고 병이 나으면 그 은혜를 잊지 않겠노라." 용왕의 말에 토끼는 깜짝 놀랐어요. '뭐라고? 내 간을 먹는다고? 자라가 나를 속였구나!' 용왕이 신하들을 향해 외쳤어요. "자, 어서 토끼 몸에서 간을 꺼내도록 하라." 토끼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용, 용왕님! 소, 소인의 몸에는 지금 간이 없사옵니다." "무엇이? 간이 없다고? 간이 없는 동물도 있느냐? "제 간이 명약인지라 노리는 이가 많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모르는 깊은 산속에 간을 감추어 두었지요." 토끼는 능청스럽게 말했어요. "정 못 믿으시겠으면 소인의 배를 갈라 확인해 보십시오."

토끼의 간 (8)

용왕은 토끼의 간이 있나 없나 확인해 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만약 토끼 몸속에 간이 없으면 어쩌나 싶었지요. 그때 자라가 나서며 말했어요. "용왕님, 소인이 토끼와 함께 육지로 가서 간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용왕은 토끼를 다시 육지로 보내기로 했어요. 자라는 토끼를 등에 태우고 부지런히 헤엄쳐 육지로 갔어요. 토끼는 자라가 괘씸했지만 육지로 돌아갈 때까지 꾹꾹 참았어요. '자라야, 조금만 기다려라. 곧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다.'

토끼의 간 (9)

육지에 도착하자 자라가 말했어요. "토 선생, 드디어 다 왔소. 어서 간을 가져오시오." "쯧쯧, 이 어리석은 자라야. 간을 꺼내 놓고 다니는 동물이 세상에 어디 있겠느냐?" 토끼는 잽싸게 깊은 산속으로 뛰어가며 말했어요. "네가 바닷속에 끌려가 죽을 뻔한 나보다 더 황당하겠니? 정 억울하면 네 간이라도 꺼내 드리려무나." "뭐, 뭐라고?" 자라는 그제야 토끼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토끼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답니다.

상상해봅시다 !

오늘 함께 본 '토끼의 간'은 원래 '별주부전'이라는 이름의 한국 전통 소설이에요. 이야기의 마지막 결론이 없어서 좀 아쉬웠나요? 이 소설은 책으로 출판된 게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말로 전해져내려온 '구전소설'이에요. 그래서 다양한 버전의 결말이 존재한답니다. 몇 가지 결말을 알려드리기 전, 여러분의 상상력을 발휘해봅시다! 토끼가 도망간 후 자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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