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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3, 2024

Reading Kroean books / 한국어 책읽기 / 맑은 날의 우산처럼

01 맑은 날의 우산처럼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그날은 아무 일 없고, 하늘 맑은 날이었다. 그러나 그날은 오래오래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있다.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던 초등학교 1학년 동생의 담임선생님께서 급하게 나를 부르셨다. 동생이 반 친구들과 장난을 치다가 손을 많이 다쳐 병원으로 갔으니, 집에 갈 때 동생의 책가방과 옷을 챙겨가라는 말씀이셨다. 너무 놀라고 떨려 선생님의 말씀에 대답을 했는지 안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동생의 물건들을 챙겨 집으로 가는 동안 자꾸 흐르는 눈물을 사람들이 볼까 봐, 땅만 보며 걸었던 기억만은 또렷하다.

02 맑은 날의 우산처럼

병원에 가신 듯 집에는 당연히 엄마가 안 계셨고, 거실에는 늦은 나이에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신 엄마가 방금까지 읽다가 두고 가신 책들이 책상 가득 놓여 있었다. 엄마가 읽던 책과 학교에서 챙겨온 동생의 신발을 가만히 만져보다가, 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병원에 가신 엄마와 동생은 지금 어떻게 하고 있을까? 걱정이 되어 안절부절 하는 사이 아버지가 퇴근하고 오셨다. 함께 병원으로 갈 때, 나는 동생의 신발과 엄마가 읽던 책을 가방에 챙겨 넣었다. 동생은 수술을 할 것이니 신발이 필요 없고 엄마는 책 읽을 시간이 없을 것이라는 아버지의 말씀에도 나는 동생과 엄마께 꼭 필요할 것 같아서 가지고 갔다.

03 맑은 날의 우산처럼

병원에 도착하니 동생은 손가락이 완전히 절단되는 큰 사고를 당했고, 신경까지 손상되어 손마디 하나가 기능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슬픈 소식까지 들렸다. 동생은 수술을 앞두고 있어 금식 중이었고 엄마는 꽤 많이 우셨는지 눈이 붉어있었다. 다행히 씩씩한 동생이 침대에 일어나 앉아 있어서 마음이 놓였지만, 엄마는 아직도 마음이 잘 진정이 안 되시는지 말씀도 많이 없으시고 자꾸 먼 산을 보시곤 하셨다. 곧 동생은 수술실로 내려갔고, 부모님과 나는 수술실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04 맑은 날의 우산처럼

자꾸 걱정하는 엄마께 집에서 가져온 책을 드렸다. 엄마는 고맙다고 웃으셨지만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 책을 읽지는 않으셨다. 나는 어린 나이였지만 엄마가 공부하는 모습이 참 좋았는데 너무 서운했다. 그때 아버지께서 갑자기 말씀하셨다. “여보, 아이들이 태어난 기념으로 들어 놓았던 우체국 어린이 보험이 있는데 그걸 생각 못했네. 수술비와 간병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 정말 다행이었다. 그때 우리 가족은 공무원인 아버지의 급여만으로 네 가족이 생활해야 했기에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부모님은 우리들의 보험만은 꼭 넣어두셨다고 한다.

05 맑은 날의 우산처럼

나는 어린 나이라 보험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확히는 몰랐는데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알게 되었다. 평소에 아무 일 없을 때는 보험료를 내는 것이 아깝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는데,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보험을 꾸준히 유지해 왔다고 하셨다. 참 다행이었다. 이렇게 뜻밖의 사고를 당했을 때 미리 넣어둔 보험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나는 절실히 알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수술실에 들어갔던 동생이 나왔고,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나 동생은 지금도 멀쩡한 손으로 여전히 장난꾸러기의 본분에 충실하고 있다.

06 맑은 날의 우산처럼

운동선수가 꿈이었던 동생은 현재 학교를 대표하는 유도 선수로 열심히 운동을 하며 금메달의 꿈을 키우고 있다. 엄마도 하시던 대학원 공부를 무사히 마치시고 지금은 고등학교 교사가 되어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신다. 그 밤, 내가 병원에 가져갔던 동생의 신발과 엄마의 책은 우리 가족이 계속 꿈 꿀 수 있었던 희망의 상징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보험을 통해 이루게 된 것이라는 것에 참 감사한다. 우산은 맑은 날에 손질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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