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 2, 2024
Reading Korean book / 대상보다 값진 교훈
01 대상보다 값진 저작권 교훈
어! 라온이가 대상을 받았네.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집에서 항상 나를 따라다니며 귀찮게 하는 꼬맹이인데 학교에서 상을 받다 니 내 동생 라온이가 너무 대견했다.
한 편으로는 나도 끝까지 써서 제출이나 해 볼걸 하는 생각이 들어 후회되었다.
그런데 자세히 다가가서 전시된 작품을 보니 라온이의 동시는 내가 어떻게 끝을 낼까 고민하다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동시에다 “엄마, 사랑해요.” 한 줄 만 추가한 동시였다.
나는 아까 대견하다고 생각했던 마음은 싹 사라지고 화가 부글부글 끓어서 빨리 라온이를 찾으러 2학년 교실로 뛰어 갔다.
한편, 아무것도 모르는 라온이는 언니가 데리러 와서 좋다며 생글생글 웃으며 따라 나왔다. 집에 도착한 후, 나는 참고 있던 화를 다 내뿜기 시작했다.
02 대상보다 값진 저작권 교훈
“야! 정라온! 너 왜 내 동시를 베꼈어?”
라온이는 내 말을 듣고 자기가 도리어 더 소리를 질러댔다.
“뭐? 무슨 소리야! 언니는 상 못 받아서 질투 나서 그런거잖아!”
“네가 내가 거의 다 쓴 동시를 완성시켜서 상을 받은 거잖아! 이건 엄연한 저작권 침해라고!”
“언니, 지금 내가 어리다고 무시해? 나도 저작권이 뭔지 알거든! 동시 대회 유의 사항에도 이미 발표된 작품을 모방 또는 표절하면 안 된다고 되어 있었다고.
그런데 언니는 동시 대회에 제출도 안 하고, 책상 위에 그냥 놓아두었는 데 저작권이 있을 리가 없잖아. 그래서 내가 써도 문제가 없는 거지!”
“아니야! 나는 그냥 고민하다가 책상 위에 놓아둔 거지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았잖아. 나한테는 아직 저작권이 있다고!”
우리는 한 시간도 넘게 자기 말이 맞다며 소리질러대고 있었다.
03 대상보다 값진 저작권 교훈
시장을 보러 나가셨던 엄마가 돌아오셔서 우리를 말리실 때까지…….
“자 얘들아 진정해. 지금부터 저작권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줄게.”
나는 여전히 라온이한테 화가 나 있었지만, 사실 라온이의 말처럼 내게 저작권이 없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엄마가 빨리 저작권에 대해 설명해 주시고 모든 게 다 라온이 잘못이라고 말씀해주시면 속이 시원해질 것 같았다.
“지금 같은 경우에는 다솜이가 동시를 거의 다 완성했어. 하지만, 마무리는 라온이가 했지. 그러면, 라온이는 저작권 침해를 했을까, 하지 않았을까?”
그러면 그렇지 우리 엄마는 한 번에 설명해 주시는 법이 없다. 그냥 내 말이 다 맞다고 말씀해 주시면 좋겠는데…….
“당연히 침해했죠.”
엄마는 너무 당연한 걸 물어보셨다. 당연히 라온이가 내 저작권을 침해한거 지 두 말 하면 잔소리 아닌가?
04 대상보다 값진 저작권 교훈
“자, 그럼 잘못을 판단하기 전에 인용에 대해서 알아보자. 인용이란 다른 저작물의 내용 가운데서 한 부분을 참고로 끌어다 쓰는 것이야.
인용을 할 때는 인용 부호를 이용하거나, 본문과는 다른 활자를 이용하는 등 자신의 저작물 과는 다르다는 것이 확실히 구분되어야 해.
그리고, 반드시 출처를 분명하게 밝혀야 하지.”
또...또...저작권 얘기하다 말고 인용은 뭐지? 인용은 저작물의 내용을 참고로 끌어다 쓴다는 것인데 그러면 라온이가 내 글을 가져다 써도 된다는 말인지 그럼 난 어떡하지?
나는 상황이 점점 나에게 불리해지고 있는 것 같아서 가슴이 쿵쾅쿵쾅 빠른 속도로 떨리기 시작했다.
“인용을 할 때는 대부분이 자신의 창작물이여야 하고, 인용은 보조 역할만 해야 해. 하지만, 라온이는 대부분이 다솜이의 저작물이고, 더군다나 출처도 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를 했다고 볼 수 있지.”
05 대상보다 값진 저작권 교훈
엄마의 말이 끝나자, 나는 얼른 라온이에게 말했다.
“거봐! 네가 저작권 침해를 했지?”
그때, 엄마가 다시 말씀 하셨다.
“그런데, 다솜이 너도 조심해야 해. 네가 너의 아이디어를 라온이한테 말하기 만 하고 작품을 아직 제출하지 않았는데 라온이가 제출을 해서 상을 받았다면, 저작권 침해가 아니야. 아이디어를 말한 것만으로는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야.”
“아. 그렇구나!”
비록 라온이와 싸우긴 했지만, 나는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작품을 끝까지 써서 제출하지 못한 게 너무 속상했고, 라온이가 이미 상을 받았기 때문에 어쩌면 그 글은 영영 내 글이 아니라 라온이 것이 되어 버린 것 같아 억울했다.
06 대상보다 값진 저작권 교훈
엄마가 내 작품을 표절한 게 맞다고 인정해주셨는데도 사과도 하지 않고, 한참 동안 가만히 아무 말도 없던 라온이는 결심한 듯 중 얼거리며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그리고 그 다음 날, 학교 아침 방송에서는 특별한 내용이 방송 되었다. 라온이는 참 사람을 놀래키는 재주가 있다.
“저...사실은 제가 쓴 동시는 언니가 쓴 글을 베낀 것입니다.
저는 언니가 제 출하지 않아서 제가 한 줄만 추가하면 새로운 글이 되니 상관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라온이가 울면서 말했다.
라온이가 사과를 하면 통쾌할 것 같았지만, 막상 사과를 하고 옆에서 친구들이 “상 받고 싶어서 남의 글을 베 끼냐?”라며 수군대는 것을 보니 오히려 기분이 나빠졌다.
07 대상보다 값진 저작권 교훈
또, 어제 바로 사과를 하지 않는다고 짜증냈던 것이 미안해졌다.
결국 라온이의 공개 사과로 우 리 집안에 처음으로 나왔던 대상은 없던 일이 되어 버렸다.
우리 가족 모두가 너무 아쉬워했지만, 모두가 거짓으로 얻은 상보다는 용기있는 라온이의 행동 이 더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한 장의 상장보다 더 값진 저작권에 대한 지식을 얻게 되었다.
가끔 내 방에 들어와서 슬쩍슬쩍 일기장을 보고 베끼던 라온이는 절대 저작권 침해를 하면 안 된다며 내 일기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나도 내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끝까지 완성해내지 못하면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회가 있으면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작품을 완성해서 제출하게 되었다.
비록 우리 둘 다 상은 못 받았지만, 이번 동시 대회는 라온이와 나, 우리 모두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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