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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25, 2023

초등학생 글쓰기 수상작 읽기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2년 금상 - 내발산초등학교 5학년 정인후 < 2222년 한 아이의 일기 >

2222년 5월 5일 수요일 날씨: 미세먼지 없고 맑음 오늘은 어린이날이다. 아이들은 어린이날이면 신나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이제 어린이날이어도 학교에 가기 때문이다. 오늘이 어린이날 300주년이라는데 오늘 하루라도 학교를 쉬게 해주어야 하는 거 아닌가? 공휴일은 추석과 설날밖에 없다. 그것도 추석과 설날 당일에만 쉴 수 있다. 이 모든 건 다 외계인들 때문이다. 백 년 전 외계인들이 갑자기 지구를 쳐들어와 법을 바꿨다. ‘어린이를 추석과 설날 빼고는 다 학교에 보내라.’ 그래야 우리가 정복한 지구의 사람들이 똑똑해질 수 있다. 그래야 나중에 일을 더 시킬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이다.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2년 금상 - 내발산초등학교 5학년 정인후 < 2222년 한 아이의 일기 >

지금부터의 글은 내가 학교에서 겪었던 일을 쓴 것이다. 우리 학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5교시까지 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7교시까지 한다. 오늘은 그나마 수요일이라서 5교시까지만 해도 됐다. 1교시는 수학 시간이다. 요즘 시대에는 인공지능이 많이 발달해서 수학도 혼자서 컴퓨터를 보면서 한다. 외계인들의 큰 학구열 때문에 학교 진도가 매우 빠르게 나가고 있다.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2년 금상 - 내발산초등학교 5학년 정인후 < 2222년 한 아이의 일기 >

그래서 초등학교 5학년인 나도 대학교 논문을 읽는 중이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되었지만, 지금은 그럭저럭 잘 되고 있다. 2교시는 체육이었다. 체육 시간에 오늘은 발야구를 했다. 대신 발야구는 홀로그램으로 했다. 홀로그램으로 촉각은 느껴지지만, 실제 공으로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는 발야구를 할 때 진짜 공으로 했을까?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2년 금상 - 내발산초등학교 5학년 정인후 < 2222년 한 아이의 일기 >

3교시는 음악이다. 음악은 외계인들이 작곡한 ‘뚜빠찌뿌송’을 배웠다. 나는 외계인들이 만든 노래가 싫어서 노래를 부를 때 입만 뻐금거렸다. 어쨌든 그렇게 3교시가 훌쩍 지나갔다. 4교시는 국어였다. 아까 음악도 달라졌듯이 국어 수업도 외계어 수업으로 바뀌게 되었다. 오늘은 ‘안녕하세요’라는 뜻의 ‘꽁찐꾸’를 배웠다. 외계어는 역시 적응하기 힘들다. 드디어 5교시다. 5교시는 바로 과학이다. 전보다 좋아진 게 있다면 과학이다. 왜냐하면 예전보다 재미있고 신기한 실험들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우주를 직접 가보기’ 수업 같은 것 말이다. 오늘은 우주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주까지 순식간에 올라가 별들을 관찰하는 실습을 해보았다. 우주에 번쩍이는 저 많은 별들을 보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2년 금상 - 내발산초등학교 5학년 정인후 < 2222년 한 아이의 일기 >

수업이 끝나고 급식을 먹으러 급식실로 내려갔다. 우리 학교 급식은 맛있기로 소문이 났다. 오늘도 역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나왔다. 바로 ‘메뚜기 크림 파스타’와 ‘웜 가스’, ‘귀뚜라미 버섯 스프’이다. 후식으로 ‘유전자 조작 망고 주스’를 먹고 집으로 재빠르게 출발했다. 교통수단은 하늘을 나는 스쿨 버스를 이용했다. 이 버스는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졌다는데 정확히는 잘 모른다. 스쿨 버스는 빛의 속도처럼 순식간에 집에까지 이동했다.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2년 금상 - 내발산초등학교 5학년 정인후 < 2222년 한 아이의 일기 >

드디어 집에 도착. 엄마가 간식을 해주셨다. 오늘의 간식은 ‘메뚜기 튀김’. 학교에서 메뚜기를 먹었는데 또 메뚜기라니 입맛이 없어서 조금만 먹었다. 친구들이랑 놀러 나갔다. 우리 집 앞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홀로그램 영사기로 술래잡기 게임을 했다. 예전에는 술래가 아이들을 잡는 술래잡기였지만 요즘은 술래가 된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홀로그램까지 잡는 술래잡기로 변했다. 언뜻 보면 조금만 바뀐 거 같지만 사실 차이가 엄청나다. 홀로그램은 AI라서 지치지도 않고 재빠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땀이 뻘뻘 나게 술래잡기를 재미있게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2년 금상 - 내발산초등학교 5학년 정인후 < 2222년 한 아이의 일기 >

라디오가 나오는 최첨단 샤워기로 샤워를 하고 간단하게 저녁을 먹은 뒤 책상에 앉았다. 오늘 숙제는 별로 없다. 외계어 3개만 조사를 해서 예문을 만들어오면 된다. 나는 ‘안녕하세요’의 반대말인 ‘슝탕낑’과 ‘물’이라는 뜻의 ‘티통’, ‘휴지’의 뜻을 가지고 있는 ‘띵꿍콰’를 조사했다. 숙제를 하고 나니 궁금증이 들었다. 예전에 사람들은 학교를 어떻게 다니고 집에서 어떻게 생활했을까? 그때는 외계인도 지구를 정복하지 않았겠지? 참 생각할 거리가 많고 재미있었던 하루였다.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2년 장려상 – 유석초등학교 5학년 박소율 < 다시 태어나도 엄마딸 할거야! >

“소율이는 엄마에게 늘 가슴 떨리는 봄날 같은 존재야. 한겨울을 보내고 따스한 햇살이 느껴지는 봄이 오면 누구나 묘한 설렘을 느끼게 되잖아. 그래서 너는 늘 나에게 봄이란다!” 5학년이 시작되는 첫날, 엄마께서 나에게 주신 편지글을 보고 나는 가슴이 울리는 큰 감동을 받았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없어서는 안 될 한 가지를 꼽자면 무엇일까?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2년 장려상 – 유석초등학교 5학년 박소율 < 다시 태어나도 엄마딸 할거야! >

나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가족이라고 말할 것이다. 가족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한 명을 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엄마’라고 외칠 것이다. 엄마는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소중한 존재이고 내가 서 있는 이 길을 더욱 특별한 길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엄마는 나를 보고 ‘봄날’같은 존재라고 하셨지만, 나에게 엄마는 ‘사계절’같은 사람이다.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2년 장려상 – 유석초등학교 5학년 박소율 < 다시 태어나도 엄마딸 할거야! >

봄은 모두가 생각하는 그대로 사계절 중 가장 예쁜 계절이다. 꼭 우리 엄마같이 말이다. 따스하다 못해 뜨거운 햇빛이 비춰지는 여름은, 마치 내가 힘든 일이 있을 때 나에게 희망에 찬 밝은 말을 해주는 엄마같다. 가을은 알록달록한 낙엽들이 떨어지는데, 그 낙엽을 밟을 때의 바사삭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상쾌해지고 깨끗해지는 느낌이다. 마치 엄마 품에 안겼을 때의 기분 좋은 느낌처럼… 그리고 겨울 첫눈을 볼 때 밀려오는 설렘은 딱 엄마를 보았을 때의 환상적인 기분과 같다.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2년 장려상 – 유석초등학교 5학년 박소율 < 다시 태어나도 엄마딸 할거야! >

모두들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부모자식간의 만남은 운명이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엄마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엄마와 나는 태어나기 전부터 만날 인연이 아니었을까? 하늘에는 아직 생명이 되지 않은 작은 세포들이 모여있는 세포방이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그 곳에서 내가 인간세계를 구경하다가 지금 우리 엄마를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그때의 나는 아마 간절하게 기도했을 것이다.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2년 장려상 – 유석초등학교 5학년 박소율 < 다시 태어나도 엄마딸 할거야! >

내 하루 일상 중 가장 재밌고 소중한 시간은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는 특별한 시간이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 오늘 내 기분, 좋아하는 친구 등에 대해 내가 끊임없이 재잘재잘 이야기를 하면, 엄마는 항상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고 더 이야기 하고 싶어지는 리액션을 해 주신다. 그래서 엄마와의 수다는 끝이 없다.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2년 장려상 – 유석초등학교 5학년 박소율 < 다시 태어나도 엄마딸 할거야! >

엄마가 나를 꼭 안으시며 “소율이는 엄마의 봄이야!”라고 말해주실 때마다 내가 사랑받고 있구나라는 것을 느끼고 나는 행복해진다. 엄마는 나의 ‘너나들이’ 그러니까 소울메이트 같은 존재이다. 엄마 같은 성격의 친구가 있었다면 아마 우린 절친이 되었을 것이다. 엄마와 함께라면 세상 어떤 것도 무섭지 않다. 그만큼 엄마가 있을 때 안정감을 느끼고 내가 인생을 살면서 가장 복 받은 일인 것 같아 행복하다.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2년 장려상 – 유석초등학교 5학년 박소율 < 다시 태어나도 엄마딸 할거야! >

엄마와 나는 무지개 같다는 생각도 든다. 혼자 있을 때도 각자의 색깔에서 빛이 나고 예쁘지만, 함께 있을 때 더욱 황홀하고 탁월한 에쁜 색깔을 낼 수 있는 무지개 같은 우리 모녀. 엄마를 나의 엄마로 선택한 일이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엄마와 함께할 수 있는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엄마 숫자만큼 사랑해요! 숫자는 끝이 없으니까요!!!”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1년 금상 – 서울가곡초등학교 6학년 현지용 < 내가 어른이 되면? >

‘내가 어른이 되면 어떤 모습일까?’ 하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잠시 생각해 본다. 내가 어른이 된 내 모습을 상상하면서 글을 쓴다. 나는 현재, ‘프로파일러’를 꿈꾸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가지고 있는 꿈에 대해서 걱정스럽게만 바라본다. “네가? 에이… 그 무서운 사람이랑 네가 인터뷰를 한다고? 나라면 절대로 못하겠다. 그냥 그 꿈 접어라.”라고 말이다. 프로파일러의 사전적 의미는 ‘일반적인 수사기법이 잘 통하지 않는 연쇄살인 등의 강력사건에 투입되어 범죄 정황과 단서를 분석하고 용의자의 특징, 도주 경로, 은신처 등을 추론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이 사전적 의미만 보아도 프로파일러가 되려면 정말 많은 용기와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1년 금상 – 서울가곡초등학교 6학년 현지용 < 내가 어른이 되면? >

내가 처음 ‘프로파일러’를 생각하게 된 때는 1학년 2학기 때 8시 34분이었다. 날짜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운명의 시간은 무조건 기억이 나는 법이다. 당시에 나는 1학년이었지만, 내가 이 크나큰 꿈을 결심하게 되었다는 것이 어마어마한 일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키즈폰(저학년들이 쓰는 스마트폰)을 켜서 시간을 확인하였다. 당시 1학년이었던 내가 그렇게 똑똑한 생각을 하였다니 믿기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때 내가 프로파일러를 생각하게 된 이유는 바로 아직 잡지 못한 범인들의 얼굴과 이름이 수두룩하니 나타난 수배 중인 범죄자 목록을 우연하게 보았기 때문이다.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1년 금상 – 서울가곡초등학교 6학년 현지용 < 내가 어른이 되면? >

학교 등굣길에 그걸 계속 쳐다보고 있어 친구가 무섭다고, 학교 지각하겠다고 얼른 가자고 하였으나, 나는 계속 보았고 속으로 이렇게 다짐하였다. ‘나는 저런 범죄가 없는 세상을 만드는데 노력할 거야. 왜 저 사람들은 저렇게 행동하지? 나는 이걸 연구해볼 거야.’라고 말이다. 학교 끝나고 집에 오자마자 ‘범죄자를 연구하는 법’이라고 검색창에 검색을 하였다. 1학년이어서 검색이 조금 서툴렀는지 한참 후에, ‘프로파일러’라는 답변을 얻었다. 그래서 그 일이 내가 프로파일러가 되고 싶다고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1년 금상 – 서울가곡초등학교 6학년 현지용 < 내가 어른이 되면? >

그렇게 결심한 이후로부터, 나는 어른이 되면 꼭 ‘프로파일러’라는 것을 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도 하고 책도 읽었다. 6학년이 된 지금도 그 꿈은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공부를 하기가 싫을 때도 ‘범죄자와 면담하며 수사에 큰 도움이 되는 나’를 생각하면 의지가 샘솟아 저절로 책상에 앉게 된다. 조금 힘든 일이 있을 때도 ‘범죄자와 면담하며 수사에 큰 도움이 되는 나’를 생각하면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1년 금상 – 서울가곡초등학교 6학년 현지용 < 내가 어른이 되면? >

‘어른이 되어 프로파일러가 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라고 고민하면서 여러 가지 책을 읽어봤다. 공부도 공부지만 책도 많이 읽으라는 조언이 있었다. 사소한 단서라도 결론에 도출시키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지식도 필요하며 넓은 혜안과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다양한 책을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글쓰기를 하고 있는 이 시간에도 나의 자랑스러운 꿈, ‘프로파일러’를 생각한다.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1년 금상 – 서울가곡초등학교 6학년 현지용 < 내가 어른이 되면? >

이 글을 쓰는 동안 내내 입꼬리가 위로 올라간다. “꼭 어른이 되면 ‘프로파일러’가 되어 범죄 없는 세상을 만드는데 앞장서야지!”라고 크게 소리쳐본다. 최근에 ‘입양아 학대 사건’에서 가장 중요하게 역할했던 사람들은 심리분석관이었다. 나 역시 무엇보다도 범죄자들의 범행 동기를 알아내어 수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 주변 사람들은 나를 보고 철두철미하고, 누구보다 책임감 있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 전 세계에서 공감 잘하는 사람 상을 준다면 무조건 네가 일등으로 입상하겠다고 한다.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1년 금상 – 서울가곡초등학교 6학년 현지용 < 내가 어른이 되면? >

나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나의 가장 특별한 점은 바로 ‘공감하기’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나의 별명은 ‘공감왕’이다. 친구들은 나에게 많은 고민들을 털어놓는다.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그저 그 친구의 눈을 마주 보고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뿐이다. 그저 그렇게 공감하는 자세만 취한 것뿐인데 어떤 친구는 벌써 고민이 해결되었다고 한다.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1년 금상 – 서울가곡초등학교 6학년 현지용 < 내가 어른이 되면? >

그래서 나는, 범죄자의 심리를 세밀히 분석해 조사한 후, 피해자의 원통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수사 협조에 힘쓰고 싶다. 이런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부모님과 친구들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나만의 다짐과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더 이상 나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몽타주가 두렵지만 않다. ‘프로파일러’라는 꿈이 없었을 때는 무서워서 피하며 도망을 갔지만 이제는 다짐한다. ‘내가 어른이 되면 훌륭한 프로파일러가 되어 사건을 해결하고, 범죄 없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멋진 사람이 될 것’이다.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1년 대상 – 서울등마초등학교 6학년 심휘소 < 내가 어른이 되면 >

대전에 사시던 외할아버지께서 우리와 함께 살게 되시며 엄마의 오래된 짐들을 옮겨오게 되었다. 덕분에 ‘** 국민학교’라고 적힌 엄마의 일기장, 성적표, 글짓기 원고지들을 통해 30년이 훌쩍 넘은 엄마의 어린이 시절을 엿보는 재미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가르치는 일을 하고 계신 엄마의 1학년 때 꿈은 선생님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후로도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엄마의 생각은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고 하신다.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1년 대상 – 서울등마초등학교 6학년 심휘소 < 내가 어른이 되면 >

그에 비해 나는 어른이 되면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일이 수시로 바뀌었다. 아침부터 땀을 흘리며 출근했던 이모가 갑자기 태어난 나를 보러 오는 길에 예보에 없던 폭우가 쏟아져 고생했다는 말을 듣고 정확한 날씨를 예측하고 보도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했던 기억이 난다. 화가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고, 천문학자가 되고 싶어 망원경으로 매일 밤하늘을 보았으며, 가장 최근에는 사진작가 되는 방법을 조사하기도 하였다.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1년 대상 – 서울등마초등학교 6학년 심휘소 < 내가 어른이 되면 >

그러던 중, 작년 가을 엄마가 선물해 주신 책 한 권이 ‘내가 어른이 되면 지혜로운 작가가 되어야겠어.’라고 결정하게 만들었다. 그 책은 바로 캐나다 작가 올리버 제퍼슨의 ‘마음이 아플까 봐’이다. 유치원 때부터 자주 읽었던 작가의 책이라 유치한 그림책일 거라고 짐작하면서도, 어른인 엄마를 감동시킨 이유가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방법으로 슬픔을 받아들이고 사랑받은 기억으로 행복하게 사는 소녀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이고 엄마의 이야기라는 것을 안 순간, 왜 어른들이 삶의 지혜를 책에서 찾으라고 하시는지 알 수 있었다. 작가는, 이야기 속의 소녀인 나에게 엄마가 되어 할아버지를 그리워할 내 모습을 보여주었고, 엄마에게는 나만 한 꼬마였을 적에 할아버지께 받았을 사랑을 돌아보게 해 주었던 것이다. 고마운 작가 덕분에 나와 엄마는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며 눈물 보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1년 대상 – 서울등마초등학교 6학년 심휘소 < 내가 어른이 되면 >

그렇다. 나는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고 감동을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글을 쓰는 작가가 될 것이다. 기억을 해 보니 정채봉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의 책에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던 것도 같다. 내가 그 책을 읽으려 하지 않았던 이유는 뭘까? 어른의 관점에서 볼 수 있는 동심은 지금 내가 가진 것과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른들이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읽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내 책의 주인공은 어린이일 필요도 없고, 어른이 될 필요도 없다. 다만, 지금 어린이인 내가 미처 생각하고 경험하지 못한 것을 할아버지께서 알려주실 때 ‘아하!’하는 느낌을 이야기에 담고 싶다. 내가 마음 아프고 답답한데도 엄머가 알지 못하는 이유를 이야기로 담아 미래의 어른 독자에게 알려주고 싶다.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1년 대상 – 서울등마초등학교 6학년 심휘소 < 내가 어른이 되면 >

되고 싶은 것이 많아 고민인 어린이들에게 지혜로운 어른들의 길을 유쾌하게 들려주는 작가가 될 것이다. 나의 글을 읽는 어른들은 젊은 세대를 잘 이해할 수 있어 인기도 많아지겠지? 솔직히 나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책을 읽으며 배경이나 주인공이 겪는 문제를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는 창의력이 조금 있는 편이다. 과학자나 사진작가가 되고 싶었던 것도 주변을 다양한 각도로 보고 싶은 나의 엉뚱함이 작용한 것일 수도 있다. 내가 어른이 되면 이렇게 열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1년 대상 – 서울등마초등학교 6학년 심휘소 < 내가 어른이 되면 >

한 쪽으로만 치우쳐 누구 편을 드는 사람이 아니라,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다양한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진 어른이 되고 싶다. 매일 이렇게 연습하여 지혜로운 어른이 되며, 나를 닮은 나의 이야기도 깊은 지혜를 담을 것이고, 나를 감동시킨 이야기만큼 나의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길 바란다. 내가 어른이 되어 미래의 단 한 순간이라도 보다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어린이로서의 오늘을 열심히 지내야겠다.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1년 은상 – 서울발산초등학교 4학년 김세진 < 가장 즐거웠던 기억 >

나에게는 3살 많은 오빠가 있다. 오빠와 나는 어려서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다. 어렸을 적 어른들은 내 포동포동한 볼을 보면서 “귀엽네.”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오빠는 꼭 ‘돼지’라는 말로 나를 기분 나쁘게 했다. 한글을 떼지 못했던 때는 글자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바보’라는 말로 나를 슬프게 한 오빠가 너무 싫었다. 엄마는 남매끼리 사이좋게 놀라고 하셨지만, 오빠의 행동을 보면 가까워 질 수가 없었다. 내가 1학년 때였다. 우리 가족은 주문진으로 여행을 떠났다. 나는 여행은 좋지만, 몇 시간 동안 오빠랑 같은 차 안에서 있어야 한다는 것은 참 끔찍할 정도로 싫었다. 그래서 엄마 옆에 꼭 붙어 있었다.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1년 은상 – 서울발산초등학교 4학년 김세진 < 가장 즐거웠던 기억 >

여행지에 도착하자 우리 가족은 수산시장으로 향했다. 우리집 근처에 있는 ‘강서수산시장’과 비슷할 것이라 예상하고 갔는데, 주문진에 있는 수산시장은 ‘강서수산시장’과 달랐다. 주문진 수산시장 근처에는 바닷가가 있었고, 바닷가에는 배들도 있었고, 사람들도 엄청 많았다. 바다를 보니 나도 모르게 기분이 상쾌해졌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닷가 근처를 막 뛰어가고 싶었는데 엄마는 나의 들뜬 마음을 아셨는지 내 손을 붙잡고는 “사람 많으니깐 잘 따라와야 해.”라고 하시며 나를 끌고 수산시장을 들어가셨다.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1년 은상 – 서울발산초등학교 4학년 김세진 < 가장 즐거웠던 기억 >

시장에 들어서자 나는 혼란스러웠다. 물고기 구경도 하고 싶고, 엄마 손도 잡아야 하고, 복잡한 사람들을 피해서 빨리 걸어야 하기도 해서 너무 어지러웠는데 앞치마를 두르신 한 아주머니께서 물고기를 들어 올리시는 모습을 보자 나는 갑자기 ‘얼음’처럼 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아주머니는 ‘팔딱 팔딱’ 움직이는 물고기를 큰 바구니에 넣고 초록색 저울에 올리셨고, 바구니에 올려진 물고기는 온몸을 흔들며 괴로워했다. 나는 물고기가 불쌍해서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 그 물고기를 보며 ‘어, 빨리 물속에 들어가야 하는데. 어, 어.’ 하며 가슴을 졸였는데, 다행히 그 물고기는 물속으로 다시 들어갔고, 그때야 나는 안도의 숨을 쉬고 다시 걸을 수 있었다. 그런데 엄마, 아빠, 오빠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운동회 때 달리기를 뛴 거처럼 숨이 차 올랐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1년 은상 – 서울발산초등학교 4학년 김세진 < 가장 즐거웠던 기억 >

여기저기 둘러보아도 엄마랑 비슷한 사람들은 많이 지나가는데 엄마는 아니었다. 나는 눈물이 났지만 겁이 나서 큰소리로 울지도 못했고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숨소리가 점점 커지기만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너무 바쁜 듯해서 우리 엄마 봤냐고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런데 그때 저 멀리서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저기 있다. 엄마 찾았어.” 하는 소리, 바로 오빠의 목소리였다. 오빠는 급하게 달려오더니 “어딨었어? 얼마나 찾았는데?” …오빠의 목소리에는 분노도 있었지만 다행스럽다는 안도의 목소리도 섞여 있었다.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1년 은상 – 서울발산초등학교 4학년 김세진 < 가장 즐거웠던 기억 >

조금 후 아빠, 엄마도 달려오셔서 나를 꼭 안아 주셨다. 나는 마법처럼 내 몸에 있던 긴장이 모두 달아나는 게 느껴졌다. 우리 가족은 식당에 들어가서 대게를 먹는데 그날 내 심장이 너무 많은 고생을 해서인지 입맛이 없었다. 계속 가슴이 두근거려서 먹을 수가 없었다. 조금 후 대게 껍데기에 밥과 치즈가 살살 녹아 있는 맛있는 대게밥이 나왔다.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1년 은상 – 서울발산초등학교 4학년 김세진 < 가장 즐거웠던 기억 >

오빠는 “자, 이거 먹어봐. 이거 맛있는 거야.” 하면서 내게 대게밥을 양보하였다. 오빠는 “너 없어졌을 때 동생 잃어버리는 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근데 너는 나보다 더 놀랐지? 그러니깐 얼른 먹어.”라고 말을 했는데, 그 순간 ‘우리 오빠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을 먹고, 오빠는 또 동생을 잃어버릴까 봐 겁이 나는지 “오빠 손 꼭 잡아.” 하면서 나를 데리고 다녔다. 바닷가를 걸으면서도 오빠와 손을 꼭 잡았고, 모래놀이를 하면서도 오빠와 꼭 함께 했다. 숙소에 와서도 오빠는 내 세면도구와 잠옷까지 챙겨주는 참 자상한 오빠였다. 오빠가 나를 이렇게 많이 생각해 주는지는 몰랐다.

강서구 솜씨자랑대회 2021년 은상 – 서울발산초등학교 4학년 김세진 < 가장 즐거웠던 기억 >

그 해 ‘주문진 여행’으로 오빠와 나는 가까워졌고, 그 후 오빠가 장난을 쳐도 ‘심술’로만 느끼지 않고, 그냥 말 그대로 ‘장난’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요즘도 티격태격할 때가 있고, 그럴 때마다 ‘또 한 번 없어져서 놀래 켤까?’ 하는 심술궂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오빠가 놀랄 것을 생각하니 그런 장난도 못 치겠다. 오빠와 나의 사이를 좋게 해준 그 해 ‘주문진 여행’은 나에게 즐거운 추억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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