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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23, 2023

[읽기] 5월의 인물 "윤여정"

2018.01.13 MBN뉴스 <[인터뷰①]윤여정 “난 대배우 아닌 노배우, 수시로 매너리즘 빠져”>

2018.01.13 MBN뉴스 <[인터뷰①]윤여정 “난 대배우 아닌 노배우, 수시로 매너리즘 빠져”> https://www.mbn.co.kr/news/entertain/3433657 70대 나이에도 아이돌 스타 못지않은 인기와 존재감이다. 방송과 스크린을 오가며 종횡무진 활약 중인, 이름 석 자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는 독보적인 대세 배우 윤여정(70)을 두고 하는 말이다. 윤여정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 홍보차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병헌, 박정민 두 후배의 출연 소식에 그저 믿고 합류했다. 역시나 이름값이 괜히 높은 게 아니더라. 두 사람이 너무 잘 해서 오히려 내가 못한 게 더 티만 났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번에 아무래도 전략을 잘못 짠 것 같아. 두 친구가 워낙 잘 하는 후배들이라 좀 묻어가려고 선택했는데, 해도 너무 잘 하니까 오히려 내가 못한 게 너무 두드러져서 민망하잖아. 연기를 하면 할수록 더 잘하면 좋을 텐데, 그럴 순 없는 거니까. 좌절감에 빠졌지 뭐야.” 털털하면서도 거침없는 솔직함, 그러나 진솔하고 겸손한 말투가 인상적이다. “대배우인 선생님께서 좌절감이라니요?”라고 되물으니, “나 대배우 아닌 노배우예요. 내가 무슨 대배우야”라며 손사래를 친다. “경력이 쌓이면 기술은 물론 좋아지지. 하지만 연기란 게 적당한 감성과 이성, 경험치와 기술이 복합적으로 합쳐져 내공이 발산되는데 너무 오래되면 기술은 쌓이지만 매너리즘에 빠지기가 쉬워요. 내가 딱 그래. 그래도 죽어라 노력하면 또 잘 할 수 있을까? 해봐야지, 그럼.” 현실적으로 다양한 연기 변신의 기회가 적은 터라, 이번 작품에서 이 같은 매너리즘을 탈피해 보고자 부산 사투리에 도전한 윤여정. 리얼한 사투리 연기를 위해 언어(사투리) 선생님과 석 달 간 동고동락했단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그는 “감독이 너무 부담이 되면 굳이 사투리 연기를 하진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내가 해보겠다고 했다. 그렇게 석 달 간 열심히 배우고 연습했는데 영화 속 내 연기를 보니 많이 부족하더라. 좌절감을 느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참 신인이 잘 할 때가 가장 무서운 건데…. 한참 전에 20대 신인이었을 때 한 감독이 내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물었었어. 그 땐 당연히 당대 가장 잘 나가는 멋있는 배우 이름을 댔는데, 감독님은 내게 다른 연기파 배우의 이름을 얘기했지. 그런 배우가 됐으면, 되길 바란다고. 그땐 그 말뜻을 잘 몰라서 감독이 말한 배우의 작품들을 찾아봤는데 영화마다 그 사람을 찾기가 힘든 거예요. 그만큼 어느 배역에나 거기에 딱 들어맞게 녹아들어 변신을 잘 하니까 알아보기가 힘든 거지. 이제는 그 말이 무슨 뜻인 줄 알겠어요, 그리고 그런 배우가 되고 싶죠.” 2018년 한해 소망과 계획을 물으니, “특별히 큰 포부나 목표는 없다. 그저 올해도 건강하게 맡은 바 잘 수행하면서 무사히 넘어가길 바랄 뿐”이라며 특유의 쿨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주먹만 믿고 살아온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 분)와 엄마만 믿고 살아온 서번트 증후군 동생 ‘진태’(박정민), 살아온 곳도, 잘하는 일도, 좋아하는 것도 다른 두 형제가 난생처음 만나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건 결국 사소한 일들, 가족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너무나 다른 형제는, 그리고 상처를 가슴에 품은 채 살아온 엄마는, 일상적이고 사소한 많은 것들을 공유하면서 점차 가까워진다. 비단, 형제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이웃의 이야기, 그리고 여러 관계 속에서 조금씩 변화해 가는 인물의 사연들이 자연스럽게 녹아있어 공감도를 높인다.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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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3 연합뉴스 <'미나리' 윤여정 NYT 인터뷰…"쾌활한 웃음에 자연스러운 기품">

2021.04.03 연합뉴스 <'미나리' 윤여정 NYT 인터뷰…"쾌활한 웃음에 자연스러운 기품"> https://www.yna.co.kr/view/AKR20210403055400009 "'윤여정은 이혼녀야. TV에 나와선 안 돼' 그땐 사람들이 그랬어요. 근데 지금 저를 아주 좋아해 주세요. 이상하죠. 그게 인간이에요." 영화 '미나리'에서 엉뚱하고도 인자한 할머니(순자) 역할로 열연해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에 지명된 윤여정이 3일자(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말이다. 1970년대에 전성기를 구가하다가 결혼과 함께 미국 플로리다로 이주, 10여 년을 살고 이혼한 뒤 돌아와 한국에서 다시 배우로 활동하며 힘들고 외로웠던 시절을 그는 NYT와 인터뷰에서 담담하게 풀어놓았다. "작은 역할만 들어와서 괴로워했고 사람들도 대부분 나를 싫어했어요. 그만두고 미국으로 돌아갈까 했는데 이렇게 살아남았고, 연기를 즐기고 있습니다." 서울의 자택에서 NYT 기자와 화상으로 인터뷰한 윤여정은 "일흔셋의 아시아 여성이 오스카 후보에 오를 줄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면서 영화 '미나리'가 자신에게 많은 선물을 줬지만 부담도 크다고 했다. "스트레스가 많아요. 사람들이 이제 나를 축구선수나 올림픽 국가대표처럼 생각하는데 부담스럽기도 해요." 미나리를 쓰고 연출한 리 아이작 정(한국명 정이삭) 감독과의 인연도 소개했다. 윤여정의 절친한 친구인 이인아 프로듀서가 부산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정 감독을 소개했는데, 정 감독은 윤여정의 데뷔작인 김기영 감독의 '화녀'(1971년)를 감명 깊게 봤다고 했다. 윤여정은 미국에서 나고 자란 정 감독이 자신의 초기 출연작들까지도 소상히 꿰고 있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정 감독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고 했다. 그는 "정 감독은 아주 조용한 사람"이라면서 자기 아들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 만큼 좋아한다고 했다. 정 감독은 윤여정에 대해 NYT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윤여정 본인의 삶과 자세가 자신이 쓴 미나리의 할머니 역할과 가까이 닿아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윤여정이 한국에서는 넉넉한 마음 씀씀이와 진지한 태도로 유명한 배우라면서 그런 점들이 미나리에서의 역할을 통해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미나리 촬영 당시 손자 데이비드로 출연한 앨런 김에 얽힌 일화도 소개했다. 앨런 김이 연기 경험이 거의 없어 자신과 함께 등장하는 촬영분에서 인내심을 시험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앨런이 대사를 모조리 암기한 것을 보고 그런 걱정을 털어냈다고. 연기에 임하는 태도에서는 어린 앨런으로부터 자신의 초년병 시절을 보기도 했다고 한다. "저는 연기를 학교에서 배우지도 않았고, 영화를 공부하지도 않았잖아요. 열등감이 있었죠. 그래서 대사를 받으면 아주 열심히 연습했어요." NYT는 인터뷰에 임한 윤여정의 모습에 대해 "생각에 잠긴 표정에 상냥한 미소와 쾌활한 웃음이 터져나왔고, 고요한 풍모엔 자연스러운 기품이 있었다"면서 "자기 생각을 말하면서는 단호했다"고 평했다. '미나리'는 아카데미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 여우조연, 남우주연, 각본, 음악상의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제93회 오스카 시상식은 오는 25일 열린다.

2022.03.22 아주경제 <[인터뷰] 윤여정 "'파친코' 찍으며 눈물 왈칵…많이 배운 작품">

2022.03.22 아주경제 <[인터뷰] 윤여정 "'파친코' 찍으며 눈물 왈칵…많이 배운 작품"> https://www.ajunews.com/view/20220321171647439 드라마 '파친코'는 금지된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연대기를 그린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다.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파친코'는 생존과 번영을 향한 불굴의 의지로 고국을 떠난 한국 이민자 가족의 희망과 꿈을 4대에 걸친 연대기로 풀어낸다. 1900년대 초 한국을 배경으로 역경과 고난 속 일본에서 살아남게 된 강인한 여성 '선자'와 그의 손자 '솔로몬'(진하 분)의 이야기를 교차하며 시대의 아픔과 역사를 세심하게 짚어낸다. 영화 '미나리'로 한국 배우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은 차기작으로 '파친코'를 선보였다. 전 세계 영화 애호가들의 이목이 집중됐던 상황. 그는 글로벌 프로젝트인 '파친코'를 통해 또 한 번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났다. 극 중 윤여정은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악착같이 생을 버텨낸 여자, '선자' 역을 맡았다. 신예 김민하가 날 것 그대로를 보여주었다면, 윤여정은 노년의 '선자'를 통해 드라마의 깊이를 더했다. 그의 눈짓, 호흡, 주름 하나하나에서 '선자'의 회한과 시대의 아픔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아주경제는 최근 '파친코'의 주연 배우 윤여정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미나리' 이후의 행보, '파친코'에 관한 비하인드와 애정 등을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음은 윤여정의 일문일답 영화 '미나리' 이후 차기작으로 기대감이 컸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이후 달라진 점이 있을까? -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 여전히 똑같은 친구와 만나 놀고, 똑같은 집에 살고 있다. 만약 내가 진하의 나이에 아카데미 상을 받았다면 둥둥 떠다녔겠지. 내 나이가 고마운 건 처음이다. 지금은 아카데미인지, 오카데미인지 싶지만, 만약 3~40대에 받았다면 둥둥 떠다녔을 테니까 말이다. 물론 받는 순간엔 좋았지만, 상이 날 변화 시키지는 않았다. 나는 나대로 살다가 죽을 거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에 노크했고, '미나리'가 코로나19 범유행으로 우여곡절 끝에 올라갔다. 미국에서는 '미나리' 순자를 두고 '새비지 그랜마더'라더라. 상을 받은 건 그냥 운이었다. '파친코' 속 '선자'를 보며 어떤 마음을 느꼈나? 동질감을 느끼거나 그를 이해했던 지점들이 있을까? - '선자'는 굉장히 강인한 여성이다. 내가 나이 들고 보니 인생은 다 선택이더라. '선자' 역시 누구와 연애하고, 결혼하는지 모두 그가 선택한 일이다. 이 여자의 강인함은 생존 욕구에서 비롯되었고 그게 나와 닮았다. 다만 '선자'는 몰랐으나 자신이 사랑한 남자가 가정이 있었고, 그는 '너와 결혼할 수 없으나 안락한 삶을 주겠다'라고 했다. 하지만 '선자'는 이를 거부했다. 나라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아마 못 했을 거다. 안전한 삶을 선택했겠지. 100년 전쯤에 살던 여자일 텐데 어떻게 이런 정직한 선택을 하고 강직하게 살아왔을까? 그런 게 참 부럽더라. 나와 닮았지만 닮지 않은 면들도 있다. 손자 '솔로몬' 역할인 한국계 미국 배우 진하와의 호흡도 인상 깊었다 - 배우에게 '퍼포밍'이란 같이 호흡을 맞추는 거다. 혼자 할 수 없다는 거지. 모노드라마는 혼자 자신에게 취해 있는 것 같아서 안 한다. 진하는 손자이고 나는 할머니다. 자이니치라서 (하고자 하는 대로) 안 되는데 할머니로서 그냥 바라만 본다. '니 안 하면 안 되나' 그저 한마디 거들 뿐이다. 내 나이에 맞는 연기라 좋았다. 오사카 알박기 할머니의 집에서 쌀밥을 먹고 눈물 흘리는 장면은 오래 여운을 남기더라 - 그 장면을 보고 '그래, 영화·드라마는 같이 하는 거지' 싶더라. 협업은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일이다. '선자'가 알박기 할머니의 집에 방문해 쌀밥을 먹고 고향의 맛을 느끼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우리의 협업이 만들어낸 결과다. 그 신을 찍을 때 총괄 프로듀서가 '매우 중요한 장면이다'라며 어쩌고저쩌고 말하는데, 사실 나에게는 매 신이 다 중요하지 않겠나. 전체적인 서사나 너무 복잡한 지점까지 들여다보면 (연기가) 어려워지니 '선자'의 감정만 집중하려고 했다. 그 신을 인상 깊게 보셨다면 정말 다행이고, 감동적인 일이다. 우리 총괄 프로듀서가 정말 공들인 장면이니까. '선자'를 통해 재일 동포에 관해 알게 되었다고 했다. 몰랐던 지점들을 새로 알게 돼 충격을 받았다고 했는데 - 그렇다. 사실 우리가 재일 동포에 관해 많은 걸 알고 있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더라. 극 중 '선자'의 아들 '모자수' 역을 맡은 박소희 씨는 실제 자이니치다. 그에게 '자이니치라는 말이 재일 동포를 얕잡아 부르는 말이 아니냐'라고 조심스레 묻자 그는 '아니다. 자부심을 가지는 단어'라고 했다. 한국인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그러면서 '자이니치'에 관한 역사를 들었는데 정말 가슴이 뭉클했다. 박소희 배우에게 전해 들은 '자이니치'의 역사는 어떻던가? - 우리가 일본에 점령당했을 때, 일본으로 건너갔던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면서 '자이니치'가 생기게 된 거다. '아메리칸 드림'과는 다를 수 있지. 우리나라가 해방되고 금방 한국 전쟁이 일어나며 우리 정부에서 재일 교포까지는 챙길 수 없었고 그들은 일본에 남겨지게 됐다. '자이니치'는 일본에 남게 됐지만, 성도 바꾸지 않고 한국어를 배우며 한국인의 정신을 이어가려고 했다. '조총련(일본에 거주하는 친 북한계 재일 동포 단체)'에 관한 이야기도 우리가 알던 것과는 달랐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곳이 '조총련'밖에 없었고 남, 북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오로지 한국인의 정신으로 '조총련'을 찾게 된 거다. (박)소희 이야기를 들으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역사의 아픔이란 건 이런 거구나 싶더라. 개인사, 고통, 아픔은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파친코'를 통해 내가 모르던 걸 알게 됐고, 많이 배우게 됐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이후, 오랜만에 윤여정의 사투리 연기를 보았다 - '그것만이 내 세상' 때 사투리를 배우느라 내 연기를 망쳤다(웃음). 사투리에 너무 집중해서다. 나는 사투리 연기에 트라우마가 있다. 예전에 이우정 작가에게 '사투리 연기를 도와달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이 작가가 말하기를 '그건 가르쳐 줄 수 없다. 그 지역에서 태어나지 않는 이상 완벽하게 할 수 없다'라며 찬물을 확 끼얹더라. 내가 할 수 있는 건 악센트로 포인트만 주는 거지. 사투리 연기를 하면 내 연기를 하기 어려워진다. '선자'는 일찍이 일본으로 떠났으니 언어에도 어떤 변형이 있을 수 있지 않나 - 나도 그렇다고 생각한 거지(웃음). '파친코' 속 '선자'에게 사투리는 중요한 게 아니다. 일본에서 몇십 년을 살지 않았나. 여러 가지가 뒤섞여 이상한 언어를 쓸 수밖에 없다. 내가 생각한 '선자'의 언어는 그런 식이었다. 이번 작품은 한국계 미국인들이 대거 제작에 참여했다. 이들과의 협업은 어땠나? - 나는 70년대 미국의 작은 동네에서 살았다. 당시 내가 영어를 잘 못 하니 미국인 친구들이 친절하게 도와줬었다. 당시에는 인종차별을 잘 못 느꼈다. 그런데 진하와 같은 나잇대 사람들을 보니 인종차별을 많이 느끼며 살았더라. 그들이 '국제 고아'라고 생각했다. 한국말을 못 하니 한국에서도 이상함을 느끼고, 미국에서도 '미국 사람'이라 인정해주지 않는 거다. '미나리' 정이삭 감독을 보면서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었는데 이번 작품도 그랬다. 다 우리 아들과 같은 상황이니, 뭔가 돕고 싶은 마음이 드나 보다. 그래서 이런 프로젝트를 하려고 하는가 싶고. 이런 마음이 있기 때문에 '미나리', '파친코' 같은 작품에 참여하게 되는 거 같다. '글로벌 프로젝트니까 출연해야지' 같은 마음이 아니라. 이번 작품으로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 그런 게 어딨겠나. 그냥 '많이 봐주셨으면' 하는 거지(웃음). 그렇지 않나? 아무리 멋진 예술 작품이라고 해도 아무도 안 봐주면 그게 무슨 소용이겠나. 많이 봐주면 좋겠다. 나는 간단한 사람이다. 많은 이들이 재밌게 봐주는 것. 그게 나의 바람이다.

2022.03.25 시사위크 <[인터뷰] 윤여정, 변하지 않는 것> http://www.sisaweek.com/news/articleView.html?idxno=152102

2022.03.25 시사위크 <[인터뷰] 윤여정, 변하지 않는 것> http://www.sisaweek.com/news/articleView.html?idxno=152102 “상을 받는 순간에는 기쁘다. 그러나 상이 나를 변화시키진 않는다. 나는 그냥 나로 살다 죽을 것이다.” 한국배우 최초 아카데미 연기상 수상, 세계 영향력 있는 여성 선정 등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으며 K-콘텐츠 글로벌 신드롬의 중심에 서 있는 배우 윤여정은 들뜰 법도 한데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더 겸손하고, 솔직하고, 거침이 없었다. 위트 있는 입담 역시 여전했다. 윤여정은 최근 애플 오리지널 시리즈(Apple Original Series) ‘파친코-Pachinko’(감독 코고나다‧저스틴 전, 각본 수 휴) 공개를 앞두고 <시사위크>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시 한 번 글로벌 프로젝트로 돌아오게 된 그는 ‘파친코’ 촬영 비하인드부터 오스카 수상 이후 생활까지, 특유의 솔직함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파친코’는 금지된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을 오가며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연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민진 작가의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도서를 원작으로, 한국 이민자 가족의 희망과 꿈을 4대에 걸친 연대기로 풀어낸다. 25일 정식 공개를 앞두고, 국내외 언론에 먼저 소개된 ‘파친코’는 장대한 서사를 유려하게 담아낸 연출과 몰입감을 더하는 배우들의 열연 등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대표적인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에서는 신선도 100%를 기록하기도 했다. 윤여정을 향한 칭찬도 쏟아지고 있다. 1900년대 초 한국을 배경으로 시작되는 ‘파친코’는 선자의 시각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윤여정은 노년 시절의 선자로 분해 묵직한 존재감으로 극을 이끈다. 모든 역경에 굴하지 않는 강인한 여성 선자의 지나온 삶을 섬세하고 깊이 있는 연기로 고스란히 담아내 진한 울림을 선사했다는 평이다. 윤여정은 ‘파친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그동안 알지 못한 자이니치(재일동포)의 삶을 알게 됐다며 값진 배움과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배우와 스태프 모두 한국계 미국인이 대거 참여했는데, 이들과 이 작품을 만드는 게 어떤 의미였는지 궁금하다. “내가 왜 이런 프로젝트를 하는지 인터뷰를 하면서 알게 됐다. 나는 미국에 있을 때 작은 동네에 살았다. 영어도 잘 못하고 그랬는데 미국인 친구들이 잘 도와줬다. 인종차별을 하나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잘 몰랐는데, 우리 아들 세대는 많이 느낀 것 같더라. 그들을 보며 국제고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와도 한국말을 못하니 이상하고, 미국에서도 생김새가 다르니 미국 사람도 아니고. ‘미나리’를 할 때도 그런 마음이었다. 아이삭(정이삭 감독)을 도와줘야겠다. 다 우리 아들인데, 무언가를 만든다고 하는데 도와줘야겠다는 그런 게 아마 내 마음속에 있었나 보다. 사람 마음은 돈으로 살 수 없잖나. 글로벌 프로젝트라서 하거나 그런 마음도 없었다. 그냥 내 마음이 그래서 하는 걸 거다. 아마.” -일제강점기 전후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 작품에 임하며 부담감은 없었나. “우리 엄마가 이 시절 사람일 거다. 1924년생. 나는 1947년생이니까 해방 후에 태어나서 잘 모른다. 그런데 이번 작품을 통해 너무 많이 배웠다. 우선 ‘자이니치’에 대해 잘 알게 됐다. 우리는 보통 재일동포라고 하기 때문에, ‘자이니치’라는 말이 혹시 나쁘게 표현하는 건가 생각했다. 극 중 아들 모자수 역을 맡은 박소희가 자이니치인데, 그에게 물어보니 프라이드가 굉장히 강하더라. 재일동포지만 일본인이 아니고 한국인이라는 것을 뜻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굉장히 자랑스러워하고 자부심이 있었다. 자이니치에 대해 알게 돼서 좋았다. 이래서 역사를 배워야 한다. 찍으면서 가슴이 너무 아팠다. 많이 배웠다.” -과거 미국에서 생활했던 경험이 선자를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도움이 됐을 것 같은데, 어땠나. “나와는 상황이 너무 달랐다. 나는 미국에서 일은 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공감한 것은 살기 위해 일을 할 때는 힘든 일인지 아닌지 모르고 한다는 거다.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그것밖에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을 할 때는 힘든지도 모른다. 젊은 선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김치를 만드는 것뿐이었다. 살기 위해 김치를 만들어 파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것만이 내 세상’ 때 경상도 사투리 연기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는데, 이번에는 어땠나. “그때 사투리 배우느라 연기를 망쳤다. 사투리에 너무 집중했다. 이우정 작가에게 물어보니, 그곳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상 원어민처럼 할 수 없다고 하더라. 이번에도 사투리 코치가 가르쳐주려고 해서 그러지 말라고 했다. 내가 그럼 연기를 못한다. 뉘앙스만 살리고 연기에 집중해야지 했다. 또 선자가 16세에 일본에 가서 70년을 살았으니, 다 잊어버리지 않았겠나. 이상한 억양이 됐을 거라고 해석해서 그냥 두라고 했다. 내가 늙었기 때문에 그런 말도 할 수 있는 거다.(웃음)” -노년의 선자가 부산 영도의 찬 바다에 발을 담그고 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원작에 없는 장면이었는데, 이 장면을 찍을 때 어떤 감정이 들었나. “시나리오를 받고 그 신을 봤을 때, 각색을 참 잘했다고 생각했고 잘 표현하고 싶었다. 선자가 고향에 한 번 돌아가 보고 싶지 않았겠나. 선자는 9살 때부터 물질을 배우려고 했다. 초반 선자가 물에 들어가고 아버지가 같이 숨을 참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는데, 나이가 든 선자가 고향 바다를 보자마자 들어가고 싶어 하는 모습이 좋았다. 어떻게 표현을 할까 나 혼자서 준비를 많이 했다. 거기까진 좋았다. 그런데 저스틴 전 감독이 갑자기 비를 뿌리겠다는 거다. 비를 막 뿌리니까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더라. 그것만 생각난다.” -지난해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후 달라진 점이 있나.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 똑같은 친구와 놀고 똑같은 집에서 살고 있다. 하나 감사한 것은 내가 만약 젊은 나이에 상을 탔다면 둥둥 떠다녔을 것 같다. 내 나이에 감사해보긴 또 처음이다. 나도 늙는 게 싫은 사람인데, 내가 만약 ‘아카데미’인지 ‘오카데미’인지 30~40대에 탔다면 사람 다 똑같으니 붕붕 떴을 거다. 물론 상을 받는 순간에는 기쁘다. 하지만 상이 나를 변화시키진 않는다. 나는 그냥 나로 살다가 죽을 거다. 어제 스티븐 연을 만났는데 상 안 타길 잘했다고 했다. 지금 타는 건 아니라고 노미네이트된 것만으로도 그 나이에 너무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다 운이다. 정말 운이 좋았다. 봉준호 감독이 노크를 했고, 그 다음에 ‘미나리’라는 영화가 우여곡절 끝에 아카데미에 올라갈 수 있었고, 또 내가 이상한 할머니로 상을 탄 거다. 정말 운이었다.” -인터뷰에서도 그렇고, 늘 재치 있는 입담이 돋보인다. “왜 재밌는지 가르쳐주겠다. 나는 힘들게 살고 힘들게 촬영하기 때문에 심각하고 싶지 않다. 그 장면을 찍을 때는 진지하지만 다른 순간에도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러는 게 이상하다. 웃고 싶고 릴렉스 하고 싶다. 어떤 배우들은 계속 토론한다. 하지만 액팅은 토론이 아니다. 그냥 하는 거다. 액팅을 토론으로 하면 연기론을 쓰든가 해야지. 사람들이 날 웃기다고 하는데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날 싫어하고, 어떤 사람들은 날 좋아한다. 그게 세상이지 뭐.” -끝으로 ‘파친코’를 기대하는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굉장히 장대한 역사를 한 가족을 통해 담은 작품이다. 각색을 했기 때문에 소설과 또 다르다. 나는 보고 만족했다. 봉준호 감독이 1인치 장벽을 넘으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파친코’를 통해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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