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 24, 2023
농부와 독수리
농부와 독수리
1) "휴, 이제야 끝났다!"
밭일을 마친 농부는 노란 수건으로 땀을 훔치며 하늘을 바라봤어요. 주황색 해님이 방긋 웃어주네요.
"수고했어요. 농부님."
서늘한 초록빛 바람도 달려오네요.
"내가 보송보송 말려줄게요."
바람은 농부의 목과 이마, 팔과 다리를 살랑살랑 오가며 땀을 말려 주었어요.
수건을 목에 두른 농부는 밀짚모자를 꾹 눌러 쓴 채 쟁기를 어깨에 메고 내려왔어요.
언덕을 걸어 내려오는 농부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어요.
이 언덕만 내려가면 사랑스러운 아내와 귀여운 아이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마냥 즐거웠어요.
그 때였어요.
파닥파닥! 파다닥파닥!
어디선가 날개짓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농부는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귀를 기울였어요.
'어디서 나는 소리지?'
농부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만가만 다가갔어요. 아까보다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듯했어요.
농부는 조금 더 가까이 가 보았어요. 이런, 독수리가 올가미에 걸려 파닥거리고 있네요.
"쯧쯧, 불쌍해라.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거야! 잠깐만 기다려라. 내가 곧 풀아주마."
농부의 도움으로 올가미에서 풀려난 독수리는 겅중겅중 뛰어 날아오른 뒤 농부의 머리 위를 한 바퀴 휘돌고는 날아갔어요.
농부는 훨훨 날아가는 독수리를 바라보며 모자를 흔들어 주었어요.
"잘 가거라, 다시는 올가미에 걸리지 말고~"
2) 며칠이 지났어요.
농부는 여전히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어요.
"아유, 힘들다. 조금만 쉬었다 해야겠다."
허리를 편 농부는 어디 기대 쉴 곳이 없나 주위를 둘러봤어요. 마침 저만치 있는 담벼락이 눈에 띈 농부는 그곳으로 걸어갔어요.
농부는 담벼락에 기대앉아 물도 마시고, 흙먼지도 털어내고, 땀도 닦아냈어요.
어? 그런데 어디선가 독수리가 나타나 농부의 모자를 휙 낚아채 가 버리네요.
"앗?"
농부가 얼른 모자를 잡으려 했지만 별 수 없었어요.
"이봐, 왜 이러는 거야. 내 모자 내 놔!"
독수리는 마치 약올리기라도 하듯이 농부의 머리 위를 낮게 날아 다닐 뿐 모자를 내 주지 않았어요. 그런데 농부가 가만히 보니 바로 며칠 전 올가미에서 구해 준 바로 그 독수리였어요.
"이 녀석, 올가미에서 구해 줬더니 장난을 쳐? 어서 내 모자 내놔! 엉?"
농부는 독수리를 따라 밭둑으로 뛰어 내려갔어요.
그 때 였어요.
글쎼, 농부가 조금 전까지 기대앉았던 담벼락이 무너져 내린 거예요. 정말 큰일날 뻔했지 뭐예요.
"세상에!"
무너진 담벼락을 보고 깜짝 놀란 농부는 고개를 들어 모자를 채간 독수리를 바라보았어요. 날개짓을 하고 있던 독수리는 그제야 농부의 모자를 밭둑 위에 툭 떨어뜨려 주었어요. 그리고는 농부의 머리 위에서 커다란 원을 한 바퀴 그리며 휘돌고는 날아올라갔어요.
농부는 모자를 집어들고는 독수리가 까만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었어요.
"잘 가거나, 고마워!"
By undefined
1 notes ・ 10 views
Korean
Intermedi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