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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25, 2024

사랑의 불시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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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

세리 : (따라들어오며) 아니 근데 11과라고 하니까 왜 사람들이 찍소리를 못하죠? 그게 여기서 많이 높은 건가? 정혁 : (물 건내며) 마시오 진정하고. 어디 다친 데는..없소? 세리 : (끄덕거리며)응.. 괜찮아요 정혁 : 11과 대상은.. 세리 : 맞다, 그게 뭐예요? 정혁 : 남조선에서 활동한 특수 공작원이나 그 가족을 가리키는 말이요 세리 : 특수 뭐요? (놀라며) 설마 간첩 같은 그런거..? 정혁 : 그들의 신상은 철저히 비밀로 붙여지기 때문에 일단 기케 둘러댄 거요. 세리 : 아니 암만 그래도 그렇죠! 어떻게 사람을 간첩이라고.. 말이 돼요 지금? 정혁 : 당신의 행색 말투 달리 어케 설명할수있갔소 그럼 세리 : 아이 그래도 뒷감당은 어떻게 하려구요 (작은 목소리로) 아닌거 들키면! 정혁 : 어차피 당신은 내일 밤에 여길 떠날 거니까 하루만 조용히 버티면 돼갔지. 세리 : 아이 그래도 간첩은 싫은데... (밖에 마을 사람들이 정혁을 찾고) 지금 조용히 버티는게 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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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불시착, 3화 - 윤세리,리정혁 "그 쪽이 차인걸로" 세리: 뭐 좋아요. 간첩, 약혼녀? 다 좋다 이거야. (정혁을 보며)근데 앞으로 어쩔거에요~? 정혁: 뭐를 말이요? 세리: 아니 나 간 다음에 물어볼거 아니에요. 특히 아까 그 눈 똥그란 아줌마가 둘이 왜 깨졌냐. 정혁: 물어보지 않을거요. 세리: 물어보겠던데? 백 번 물어보겠던데? 아주 쑥덕쑥덕 장난 아니겠던데? 정혁: 아무도 내 개인의 문제를 쉽게 물어볼 순 없소. 세리: 쉽게 막 물어보겠던데?? 아까 보니까.. 막 목소리 그렇게 깔고 (미소 지으면서) 무게잡을 위치가 아니던데~ 아니 얼마나 개무시했으면 뭐 막 까고 들어오고, 완전 쫄따구던데? 정혁:(어이가 없다는 듯이)쫄...쫄다구 아닙 세리:(정혁의 말을 끊고) 리정혁씨.(손깍지 끼고는) 남녀 사이에 제~일 중요한게 뭔지 알아요? 왜 깨졌냐, 누가 찬거냐, 그게 제~일 중요하다구요. 정혁: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요? 세리: 뭐 누가봐도! 유추 가능한 결말이긴 하지만 보다 명확하게 했음해요. 왜 깨졌냐 누가 물어보면 그쪽이 차인걸로. 정혁: 왜 기딴게 중요한진 모르갔지만 기캅시다. 세리: 음...차인 이유는...뭐 무난하게 성격차이 가시죠. 정혁: 기캅시다. 세리: 육개월로 해요. 나 떠난 다음에 딴 여자 안만나는 기간. 뭐 일종의 파혼 애도기간이랄까? 정혁: 하... 세리:(탁자를 치고는)그렇지! 땅이 꺼져라 한숨 쉬고, 잘 먹지도 않고 잘 웃질 않고. 왜 그런거 있잖아. 사람이 막 헬쓱해 보이고 처져 보이고 그래가지고 누가 봐도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면서) 아~ 쟤 어엄청 매달다 되게 비참하게 차였구나. 그런게 딱 느껴지게! 정혁:(어이가 없어서웃으면서) 하! 세리: 웃어? 기캅시다 안해요? 나 확 안가는 수가 있어~ 정혁:(세리 말 끝나자 마자)기캅시다 세리: (섭섭한듯) 나 안가는 건 되~게 무서운가 보네.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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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발 ▶️ 덧머리 건망증 ▶️ 잊음증 견인차 ▶️ 끌차 계집아이 ▶️ 에미나이 공항 ▶️ 항공역 과거(지난날) ▶️ 어제날 과일주 ▶️ 우림술 관광버스 ▶️ 유람뻐스 궁금하다 ▶️ 궁겁다 꾀병 ▶️ 건병 냉동식품 ▶️ 얼군식품 냉수욕 ▶️ 찬물미역 노크 ▶️ 손기척 단무지 ▶️ 무우겨절임 대중목욕탕 ▶️ 공중욕탕 도둑질 ▶️ 야경벌이 두드러기 ▶️ 가렴돋이 드라이크리닝 ▶️ 화학세탁,화학빨래 라면 ▶️ 꼬부랑국수 ​로션 ▶️ 기름크림 마네킹 ▶️ 몸틀 마스크 ▶️ 입가리개 말다툼 ▶️ 입다툼 ​무지개 ▶️ 색동다리 미혼모 ▶️ 해방처녀 벌집 ▶️ 벌둥지 베란다 ▶️ 내밈대, 내밈층대 변태 ▶️ 모습갈이 보조개 ▶️ 오목샘 빨리 ▶️ 날래 소꿉친구 ▶️ 송아지동무 소풍 ▶️ 들모임 ​스타킹 ▶️ 하루살이 양말 아파트 ▶️ 고층 살림집 옷걸이 ▶️ 옷걸개 이발사 ▶️ 까까쟁이 전기밥솥 ▶️ 전기밥가마 주민등록증 ▶️ 공민증 주유소 ▶️ 연료공급소 주차장 ▶️ 차마당 창피하다 ▶️ 열스럽다 스타킹 ▶️양말바지 프라이팬 ▶️ 뽂음판,지짐판 피망 ▶️ 사자고추 헤어드라이어 ▶️ 머리건조선풍기 화장실 ▶️ 위생실 화장지 ▶️ 위생종이 흰쌀밥 ▶️ 입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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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던 북한 배경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려 합니다. 이 드라마가 문화창고와 스튜디오 드래곤에서 제작해 세계 최대 유료 동영상 서비스인 넷플릭스와 한국 방송 채널인 tvN을 통해 소개됐는데요. 북한이 배경이었던 만큼 북한에 계신 청취자분들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교수님, 한국 사람들도 이 드라마를 통해 북한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죠? ---------------------------------------------- [김헌식] 네, 그렇습니다. “북한 말과 북한 문화가 등장해서 남한 사람들도 많이 배우게 됐다”고 얘기했고요. 특히 북한 이탈 주민들이 북한을 다뤘던 많은 영화와 드라마 중에 가장 북한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고 많이 언급했습니다. 종종 나오는 북한 말을 듣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었고 문화도 알 수 있었는데요. 예를 들면, ‘후라이 까지마라’는 말은 ‘거짓말한다’라는 뜻인데요. 드라마에서는 “어이 남조선 후라이 까지마라” 대사를 썼습니다. 그리고 “자네도 여기 와서 막대기 커피 한잔해라”라고 하는데 이 막대기라는 게 한국에서는 봉지 커피라고 말하는데요. 그리고 ‘달리기 장사한다’는 말은 이제 장거리 무역을 뜻하고, “남조선에는 발바리차도 없네”라고 했는데 이 발바리차는 택시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단묵이 없다고 표현하는 대사도 있었는데요. 여기서 단목은 젤리를 뜻합니다. 그래서 식감은 탱글탱글하고 쫀쫀한 단묵을 찾는 대목이 있고, 또 밥가마를 우리말로는 밥솥 등 드라마를 통해 북한에서 많이 쓰는 단어들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 [기자] 남북한 문화가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서 편하게 즐기면서도 또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럼, 드라마 예고편도 함께 들어볼까요? 여기요. 군인이시구나. 군호. 오지 마세요. 내려오라우. 대한민국에 참 잘 오셨어요.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그쪽이 북에 온 거요. 북한? 노스코리아? 여기가 어떻게… [기자] 예고편에서 알 수 있듯이 여주인공인 윤세리가 의도치 않게 북한에 떨어졌고 남주인공인 리정혁이 이를 발견한 건데요. 어떻게 이 상황이 펼쳐진 거죠? [김헌식] 윤세리역은 손예진 씨가, 리정혁 역할을 현빈이라는 배우가 했는데요. 손예진 씨가 극 중에서 한국 대기업의 막내딸이면서 자기 회사도 독자적으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회사에서 개발한 스포츠 경기 의료 신제품을 시험하기 위해서 패러글라이딩이라는 하늘을 나는 기구를 타고 가다가 돌풍에 휘말려서 떨어지게 됐는데 그곳이 북한 지역인 걸 모르고 있다가, 수색을 나온 북한 군인인 현빈 씨가 북한군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겁에 질리게 됩니다. 또 손예진 씨가 나무에서 내려오다가 중심을 잃고 현빈 품 안에 푹 빠져들게 되면서 현빈도 그제서야 윤세리 즉, 손예진 씨가 남한에서 온 것을 알고서 서로 깜짝 놀라게 되는 상황이 펼쳐지게 됩니다. ------------------------------------------------- [기자] 패러글라이딩을 타다가 강풍에 휩쓸려 북한으로 넘어가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요? [김헌식] 드라마 작가가 북한 특수부대 출신의 군사 전문가들과 항공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서 ‘무동력 비행체인 패러글라이더는 레이더에 감지되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로 북한군이 특수전 부대에서 패러글라이더를 이용해서 한미 연합사 침투 훈련을 실시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패러글라이딩하던 이스라엘 여성이 시리아 국경을 넘은 사건이 있었고요. 또 한국 경남 함안에서도 패러글라이딩하던 사람이 창원의 교도소 운동장 한가운데 불시착한 일도 있었고, 태풍의 눈에서 생존해서 60km 떨어진 곳에 불시착한 여성 사례들도 있었기 때문에 이걸 응용해서 북한에 적용한 것입니다. 이렇게 윤세리처럼 ‘실수로 월북하게 되면 죄가 되느냐’라고 했을 때 국가보안법 제 6조 1항에서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목적이 없어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남한으로 오면 죄가 되지 않습니다. -------------------------------------------- [기자] 앞서 설명하신 것처럼 윤세리는 한국 대기업 재벌가의 막내딸이자 본인이 직접 세운 패션 회사 세리스초이스의 최고경영자이기 때문에 드라마에 주총, 주가 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데요. [윤세리] 사흘 뒤에 출발을 해도 다른 나라 거쳐 돌아가고 어쩌고 하면 더 늦어질 것 같은데. 사실은 내가 주총이 있어서. 나한테 정말 중요한 일이에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라고요. [도혜지/윤세리의 올케] 저기도 대표 저렇게 된 거 알려지면 아주 주식 개박살나겠다. [윤세리] 주식 알아요, 주식? 그게 하루에도 몇십억, 몇백억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거거든요. 나는 처음에는 아는 사람 말만 믿고 30억 넣었다가 휴지 조각됐잖아. [기자]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이자 대기업 재벌가의 막내딸이 후계자로 발표되기 직전 사라진다면 그 파급력이 얼마나 될까요? -------------------------------------------- [김헌식] 단어들에 대해 설명드리자면, 한국의 기업은 ‘주식’이라는 것을 발행해서 자금을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각종 사업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수익을 올리게 됩니다. 당연히 주가 즉, 주식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자금이 풍부해지고 기업은 더 발전할 수 있죠. 그런데 기업의 책임자가 없어진다는 것은 영어로 ‘오너 리스크’에 해당하는데요. 다시 말해 기업의 책임자가 기업 경영의 위험 요소가 되고 아무래도 지도자가 없으면 경영도 제대로 안 되겠죠. 따라서 주식 가격이 떨어지게 되면 기업은 재정적인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주주총회’ 그러니까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참여해서 중요 의사 결정을 하는 건데요. 주주총회에서는 주식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사람 순으로 영향력이 커집니다. 그래서 주총(주주총회)에서는 가장 많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하게 됩니다. 한국에서는 대개 대기업의 운영을 하는 재벌가들이 제일 많이 주식을 가지고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 [기자] 네, 그럼 잠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배경음악 듣고 오겠습니다. [기자] 극 중 윤세리는 세계적 패션 회사 경영자인 만큼 외래어를 일상 대화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데요. 김치와 반찬들을 보관하는 북한 김치움을 보고 윤세리는 외래어로 감탄사를 내뱉습니다. [김주먹/중급 병사] 기, 김치움 모릅니까? [윤세리] 어? 난 모르지. [김주먹/중급 병사] 이거이 김치움입니다. 이 아래 독에 김치랑 장이랑 다 있습니다. 그러믄 음식이 상하지도 않고 맛있게 익습니다. [윤세리] 어머, 여기 뭔가 오가닉하다. 뭐랄까? 되게 힙해. [기자] 또 북한 정착 생활 중 마을 실세인 대좌 아내에게 옷을 수선해서 선물할 때도 외래어를 남발합니다. [윤세리] 딱 올해 전 세계를 휩쓴 패션 트렌드잖아요. 뉴트로. 이 꽃무늬가 이렇게 소프트하게 전개되는 게 이번 시즌의 가장 큰 특징인데요. 블러드 이펙트의 번진 듯한 효과와 이 불규칙한 배열이 어우러진 자연스러운 감성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죠. 그리스 여신을 방불케 하는 이 드레이프들의 극적인 운동감이 우리 영애 동지의 에스트로겐 수치의 절정을 표현한 패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기자] 남한 사람인 저도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외래어가 참 많네요. [김헌식] 풀어서 설명해드리면 ‘오가닉’은 유기농 재배 농작물을 뜻합니다. ‘청정하고, 깨끗하고, 건강하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단어이고요. ‘힙하다’는 ‘개성 있고 최고의 가치를 새롭게 지니고 있다’는 뜻입니다. ‘뉴트로’는 새롭다는 뉴(new)와 예스럽다는 레트로(retro)의 결합으로 ‘고풍스럽고 예스럽지만 매우 신선하게 멋지다’라는 것이고, ‘심플’은 매우 단순하면서 원칙적인 멋을 가리킵니다. ‘생파’는 생으로 된 파 뿌리가 아니라 생일 파티를 뜻합니다. 파티는 잔치를 뜻하죠. 그래서 생파는 생일잔치를 연다는 뜻이고 원래 파티는 잔치보다는 소규모의 오붓한 축하 행사를 뜻하기 때문에 생파는 오붓하게 친한 사람들끼리 벌이는 잔치라고 볼 수가 있겠고요. 또 호텔과 관련해서 ‘컨시어지’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는 ‘고객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 문간에서 안내를 해주는 집사’를 뜻하는데요. 원래 프랑스어인 '르콩트 데 시에르지(le comte des cierges)'에서 온 단어인데 요즘 호텔을 많이 이용하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점점 일상적으로 호텔 컨시어지라는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 [기자] 네, 한편 극 중 등장하는 인민무력부 보위국 소속 소좌인 조철강이 어느 날 갑자기 숙박 검열을 지시합니다. 이 숙박검열 중에 재밌는 상황이 펼쳐지는데요. 북한 주민들의 집에서 아랫동네 즉, 남한 물건들이 속속 발견된 겁니다. [나월숙/인민반장] 지금부터 숙박 검열을 시작하갔시오. 누가 장마당에서 동무가 아랫동네에서 온 말하는 밥가마를 사는 걸 봤다고 하던데. [향이네/마을 주민] 아, 누가 기딴 벼락 맞을 소리를 한단 말입니까? 엉덩이는 삐뚤어졌어도 방귀는 곱게 뀌라 했는데, 말하는 밥가마라뇨? 그것도 남조선 물건이라뇨? 명백한 모략입니다. [밥솥 알림음]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밥을 잘 저어주세요. [나월숙/인민반장] 누가 인민의 피땀 서린 전기를 도둑질하나 했더니 그 도둑이 여기 있었구나, 야. [향이네/마을 주민] 제가 그만 그 찰진 밥맛에 혼이 나가서 잠시 처돌았었나 봅니다. 이번 딱 한 번만 눈감아 주시라요. [나월숙/인민반장] 그러면 이 밥가마를 어칼건데? [향이네/마을 주민] 저 빌어먹을 전기 도둑은 반장 동지께서 알아서 처분해 주셔야지요. [나월숙/인민반장] 밥이 많이 찰지나? ------------------------------------ [기자] 한국에는 이 같은 숙박검열이 없는데요. 왜 북한에는 있고, 남한에는 없는 걸까요? [김헌식] 북한에서는 인민보안단속법에 따라 숙박 검열을 하는데요. 정기적인 주민 통제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북하은 거주 이전의 자유가 없는 상황인데요. 적발되는 대상은 주로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북한과 달리 거주 이전의 자유가 있고요. 여행의 자유도 있기 때문에 숙박 검열이라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불륜과 관련한 간통죄는 2015년에 위헌 결정 즉, 헌법에 어긋나기 때문에 폐지됐거든요. 폐지된 이유는 성적 자기결정권에 따라서 본인이 결정할 문제고, 또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간통죄가 폐지됐기 때문에 국가가 숙박시설을 검열해 불륜을 적발하거나 통제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건 부부끼리 알아서 하라”는 맥락이 되겠습니다. [기자] 네, 김헌식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헌식] 네, 감사합니다. [기자]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통해 한국 재벌가의 영향력과 흔히 쓰이는 외래어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남북의 다른 문화에 관해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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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던 북한 배경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살펴볼 건데요. 문화창고와 스튜디오 드래곤에서 제작해 넷플릭스와 한국 방송 채널 tvN을 통해 방영됐죠. 드라마는 한국 대기업 재벌가의 막내딸인 윤세리가 무동력 비행체인 패러글라이딩을 타던 중 돌풍을 만나 북한에 떨어졌고 근방을 살펴보던 리정혁 대위와 만나며 시작됩니다. 그런데 리정혁 대위가 이끄는 부대 중 일원인 김주먹 중위가 한국 드라마의 열렬한 애청자로 나옵니다. 특히 최지우와 권상우 주연이었던 ‘천국의 계단’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김주먹/중급 병사] (윤세리에게) 동무, 긴히 토의할 얘기가 있습니다. 그거이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막판에 권상우랑 최지우가 잘되는 것은… (한숨) 예, 좋습니다. 그런데 왜 애먼 신현준이가 죽어야 합니까? [윤세리] 야, 천국의 계단. 너는 몇 년 전 일을 갖고 자꾸 사람을 귀찮게 하니? 내가 보기엔 그 시점에서 신현준이가 죽는 게 맞아. [김주먹/중급 병사] 아이 뭐, 뭐, 뭐가 맞습니까? 평생을 최지우만 바라봤던 신현준이가 도대체 왜. [윤세리] 계속 살았어봐라, 자기가 좋아하던 여자가 다른 남자랑 잘 사는 꼴밖에 더 보겠니? 그걸 생각해야지. [김주먹/중급 병사] 그래도 난 진짜 죽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윤세리] 내가 죽였니? 내가 죽였어? 너 이거 집착이야. 여자들이 이런 거 되게 싫어해. [정만복/도감청실 소속 상위] (둘의 대화를 엿듣고 받아 적으며) 다 지난 일…집착…이거이 뭔 말이야. [기자] 김주먹 중위가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봤던 만큼 윤세리와 부대원들 사이에서도 통역사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듣다 보니 ‘천국의 계단’ 드라마 내용도 궁금해집니다. 교수님, 천국의 계단은 어떤 드라마인가요? [김헌식] 천국의 계단은 2023년 12월 3일부터 2004년 2월 5일까지 SBS 드라마로 방영됐습니다. 배우는 권상우, 최지우, 신현준, 김태희 등 당대 유명한 배우가 출연했고요. 평균 시청률이 40%를 넘는 굉장한 화제작이었습니다. 천국의 계단은 금지된 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얽힌 네 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사랑하는 사이인데 두 사람이 만약에 친남매라면 어떻게 될까요? 친남매면 연인으로 사랑하면 안 되잖아요? 그런 미묘한 감정선이 있는데요. 중요한 것은 탈북한 분들한테 “당신이 보았던 한국 드라마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드라마가 뭐냐”고 질문을 던졌더니 과거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천국의 계단이라는 드라마를 꼽았던 적이 있습니다. 201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대대적으로 한국 드라마가 북한에 유통됐기 때문에 많은 북한 주민들이 봤던 드라마입니다. [기자] 또 한편, 김주먹 중위가 “한국 드라마에서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남녀주인공이 입을 맞춘다”는 얘기도 하는데요. [김주먹/중급 병사] 남조선 드라마에도 이런 장면 많이 나옵니다. 누가 따라붙거나 숨어있다가 들킬 급박한 상황이 되면 남자, 여자가 별안간 막 끌어안든지 입을 막 맞춥니다. 그거이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는 남조선만의 방법이디요. [금은동/초급 병사] 그러면 위기를 넘긴 다음에는 어떻게 됩니까? [김주먹/중급 병사] 이야. 드라마가 한층 더 재미있어지지.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이 밤을 함께 보내거든. [기자] 이 말은 어떤 맥락에서 나온 건가요? [김헌식] 예전 한국 드라마에서 종종 불량배나 불한당에게 쫓기던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의 입을 맞추면서 위기를 모면하는 단골 장면이 있었는데요. 이 장면이 빈번하게 나왔는데, 모르는 여성인데도 불구하고 끌어안거나 입을 맞추는 장면입니다. 이렇게 하면 얼굴을 가릴 수 있고 또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상황이기 때문에 빤히 쳐다볼 수가 없는 민망한 상황이 되죠. 그러면 찾던 이들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게 되면서 위기를 피할 수 있다는 거죠. 다만 서로 호감이 있는 경우에나 가능한 것이지 요즘에는 문제가 됩니다. 현실에서는 성폭력, 성범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낭만적으로만 볼 수 없습니다. [기자] 윤세리가 작은 어선을 타고 탈출하는 ‘빠다치기’ 작전으로 북한을 떠나기 전에 그동안 도와준 부대원들에게 상장과 상품을 준비하는데요. [윤세리] 자, 지금부터 상장 수여식을 할까 해. [표치수/특무상사] 아, 니가 장군님이니? 니가 뭔데 상장을 수여하고 말고… [윤세리] 먼저 1등 상이에요. 금은동! 너는 친절상이지. ‘위 군인 금은동은 본인(윤세리)을 가장 편하고 순수하게 잘 대해주었기에 이 상을 수여합니다.’ 상품은 고를 수 있어. 통일 버전과 즉시 수령 버전이 있는데. 통일 버전은 1억이야. 그리고 즉시 수령 버전은 옥수수 한 말이야. [김주먹/중급 병사] (속삭이며) 1억. 1억. [금은동/초급 병사] 강냉이 한 말 하겠습니다. [기자] 금은동 병사는 상품 1억 원을 거절하고 옥수수 한 말을 택합니다. 아무래도 1억 원의 가치를 잘 모르기 때문이겠죠. 그럼 1억 원은 옥수수로 치면 얼마나 되는 양인가요? [김헌식] 심청전에서 심청이가 공양미 300석에 팔려 가는데요. 300석을 오늘날 원화 그러니까 한국 돈으로 계산하면은 1억 4,400만 원입니다. 즉 1억 원은 공양미 약 300석에 해당되는 것이죠. 그리고 옥수수 한 접은 옥수수 100개인데요. 한국에서 옥수수 1650접, 즉 옥수수 16만 5000개가 1억 800만 원에 팔린 적이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지난달에 신의주와 혜산 시장에서 거래된 옥수수 1kg당 가격이 각각 한화로 3000 원과 3100원이었기 때문에 이런 점을 따져보면 엄청난 비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요. 국내에서 한 달간 여행을 할 경우에 250만 원이 들기 때문에 3년 3개월을 여행할 수 있고, 200만 원이 드는 동남아 여행은 50번, 600만 원이 드는 유럽 여행은 16번이나 할 수 있는 금액이 바로 1억 원이 되겠습니다. [기자] 그럼 금은동 병사가 1억 원의 가치만 알았다면 옥수수 한 말을 선택하지 않았을 텐데 참 아쉽게 된 거네요. [김헌식] 네, 옥수수 16만 5천 개를 가질 수가 있었던 겁니다. [기자] 네, 그럼 잠시 사랑의 불시착 드라마의 배경음악 듣고 올까요? (사랑의 불시착 OST) [기자] 다시 사랑의 불시착 극 내용을 돌아와 보겠습니다. 엉뚱하게 북한에 떨어지게 된 윤세리가 남한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여러모로 리정혁 대위로부터 도움을 받는데요. 챙겨주는 리정혁에게 고맙다면서 어느 날 ‘손가락 하트’를 선물합니다. 그러니까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집게 모양으로 만들어서 비스듬히 교차해 하트를 만드는 건데요. 이게 어떤 의미죠? [김헌식] ‘하트’라는 것은 서양에서 오긴 했는데 심장을 뜻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내 심장을 당신에게 주고 싶다’라는 뜻이죠. 그만큼 열렬한 사랑의 표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윤세리가 아무에게나 손가락 하트를 날리는 모습에 배신감을 느낀 리정혁 즉, 현빈의 모습이 보여지면서 “동무는 심장이 여러 개요?”라고 약간 투정을 부리며 방으로 들어가서 시청자에게 웃음을 줬는데요. 엄지와 검지를 교차해서 만드는 손가락 하트는 한국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K-하트라고 불립니다. 다른 나라에는 쓰지 않고 한국에서만 이걸 썼는데 2013년 봄부터 손가락 하트가 인터넷상에 퍼졌고 연예인들과 방송에서 폭발적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외국의 하트라고 하는 상징을 받아들인 후 개조해 세계로 또 수출한 사례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기자] 남북한의 다른 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도 드라마의 관전 요소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특히 리정혁과 윤세리가 평양에 가기 위해 기차를 탔다가 정전으로 10시간 정차하는 상황이 발생해 남한에서 온 윤세리는 크게 당황하는데요. 남한에서도 기차가 10시간씩 정차하는 경우가 있을까요? [김헌식] 남한에서 기차가 10시간씩 정차하는 일은 없습니다. 특히 드라마에서는 기차가 정차하는 동안 모닥불을 피우고 옥수수를 구워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실제로 북한 이탈 주민들은 “전기가 부족해서 정전으로 기차가 멈추는 일이 비일비재해서 한겨울에는 열을 보름씩 멈춰 서 있기도 하고 굶어 죽는 사람도 생기기도 한다”는 얘기를 하면서 사실이라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남한에서는 이 장면이 굉장히 낭만적으로 보여졌는데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괴로운 현실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결론적으로는 남한에는 기차가 이렇게 서는 경우는 없습니다. [기자] 반대로 북한과 달리 남한에만 있는 문화도 드라마를 통해 알 수 있는데요. 한국에서는 첫눈이 오면 사랑하는 연인 사이끼리 혹은 사귀기 전 단계인 사람들끼리 만나는 게 어느새 일상이 됐죠. [윤세리] 이거 첫눈 아닌가? 일 났네, 일 났어. 첫눈 같이 보면 사랑 이뤄진다잖아. 그런 얘기 못 들어봤어요? 서울은 첫눈 오면 통신망 다운되고 난리 난다고요. 썸 타는 애들끼리 막 약속 잡느라고. 왜? 첫눈 같이 보면 사랑이 이뤄지니까. 그런데 우린 이뤄지면 안 되잖아? 난리 나지. [리정혁] 그렇지. 큰일이군. [윤세리] 큰일이라고? 왜? 뭐? [리정혁] 미안하지만 혹시 병이 있소? 기쁨슬픔증 같은. [기자] 그런데 이 중에 윤세리가 언급한 “썸 탄다”라는 표현이 “사귄다”와는 어떻게 다른 거죠? [김헌식] ‘썸을 탄다’는 것은 본격적으로 사귀기 전 단계입니다. 상대방이 나한테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 약간 혼동스러운 단계기도 하고요. 또 먼저 사귀자는 말을 하지 못하고 알듯말듯한 행동을 하는 단계입니다. 밀고 당기기라고 해서 ‘밀당’이라는 말도 쓰이는데, 밀당보다는 약간 낮은 단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 ‘첫눈이 내리기 전까지 봉숭아 물이 빠지지 않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말도 있는데, 사실 겨울까지 봉숭아 물이 빠지지 않을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오히려 그대로 남아 있으면 뭔가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얘기하는 것이고요. ‘첫눈을 같이 맞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더라’는 말도 있는데 첫눈 올 때 좋아하는 사랑이랑 있으면 이어진다는 의미겠죠. 무조건 첫눈을 같이 보면 사랑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썸을 탄다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그래서 첫눈이 올 쯤에 데이트를 하자는 것 자체가 상대방이 나한테 마음이 있는지를 떠보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첫눈은 굉장히 남한에서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기자] 김헌식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헌식]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기자]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소개된 남북의 다른 애정표현에 관해 살펴봤습니다. 다음 시간에도 사랑의 불시착과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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