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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5, 2022

“우리문화” 2022년 3월호

< 전통을 즐기는 독특한 방식 ‘힙트래디션’ > 자유분방하고, 실험적인 한복 패션이 눈길을 끌고, 고려청자 굿즈가 완판되고, 나전칠기가 스마트톡으로 재탄생한다. 이른바 전통이 동시대와 호흡하는 ‘힙트래디션(Hip tradition)’이 주목받고 있다. 다소 생소한 단어로 들리지만, ‘최신 유행이나 세상 물정에 밝은’이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 힙(hip)과 전통(tradition)을 합친 신조어다. 한류 그리고 힙트래디션 힙트래디션은 전통을 고리타분하지 않게 새롭게 재해석하며 안착하고 있다. 힙트래디션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전통문화 모티프에 동시대적 수요를 적용해 대중성을 확보한 게 주요하다. 지금까지 ‘한류’ ‘K-POP’ 등의 붐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힙트래디션은 젊은 층 사이에 색다른 문화 코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류’ 열풍은 드라마, 영화, 노래, 공연 등 대중문화 콘텐츠와 맞물려 해외에서 주목받았다. 드라마 <겨울연가> <대장금>이 대표적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두드러진 다매체 다채널 시대, 콘텐츠의 장벽이 낮아지면서 ‘K-콘텐츠’가 다시금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에 이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 <킹덤>은 전 세계적 흥행을 일궈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0년 기준 콘텐츠산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K-콘텐츠’ 수출액이 14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판 61.1%, 영화 43.0%, 만화 36.3%, 방송 28.5%, 게임 23.1% 등 플랫폼을 통한 수출이 급증했다. 이러한 가운데 힙트래디션은 전통문화 콘텐츠의 파급력을 보여준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선보인 고려청자 무선이어폰 케이스, 나전칠기 스마트톡, 조각보·자수·색동 등 규방 공예를 모티프 삼은 테이블 매트와 코스터 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고려청자 무선이어폰 케이스는 국내 완판 행렬에 이어 미국, 베트남, 캐나다 등 해외에서도 관심을 가질 정도다. 보도에 따르면 온라인 매출은 2015년 대비 10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RM이 자신의 작업실에 ‘반가사유상’ 미니어처가 놓인 사진을 SNS에 게재하면서 해당 굿즈는 순식간에 1만 개가 팔리며 동이 나기도 했다. ‘반짝’ 흥행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박물관 굿즈’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전통문화를 재해석하는 흐름이 주목을 받자, 국내 시장을 예의 주시하는 해외 럭셔리 브랜드도 힙트래디션 흐름에 올라탔다. 구찌는 지난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타깃으로 플래그십 스토어 ‘구찌 가옥’을 열었다. 럭셔리 브랜드가 한국 전통문화인 색동을 착안한 전용 상품을 내놓는 등 공격적인 현지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루이비통은 구리와 주석을 일정한 비율로 혼합한 놋쇠를 망치로 두드리고 매만지는 방짜유기 기법을 사용한 트렁크를, 샤넬도 한복과 색동을 활용한 디자인을 선보인 바 있다. 이 밖에 곤룡포 자수를 입힌 항공 점퍼가 인기를 얻었고,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을 통해 조선 시대 사극을 처음 접한 외국인은 등장인물이 착용한 ‘갓’에 엄청난 관심을 나타냈다.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과 이를 재해석하는 실험이 문화적 파급력에 더해 소비 시장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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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를 ‘힙스터’처럼 즐기다 이처럼 힙트래디션의 특징은 ‘크로스오버’다. ‘교차’ ‘융합’이라는 뜻으로 이질적인 요소를 합쳐 새로움을 창출한다. 공연 문화계에서도 ‘크로스오버’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퓨전국악그룹 이날치밴드의 국악과 현대무용을 컬래버레이션한 ‘범 내려온다’는 ‘대박’을 터뜨렸다. 이날치밴드는 지난 2020년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 시리즈를 통해 ‘범 내려온다’를 선보였고, 총 누적 조회수 6억 뷰(2022년 2월 기준)를 돌파했다. 국악,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비트, 현대무용을 결합하는 대담한 시도를 선보였다. 그 결과 ‘범 내려온다’는 현대적 감각으로 판소리를 재해석하면서 2020 KBS 국악대상 단체상, 2021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 한국대중음악상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이어 힙합과 민요를 섞은 한국관광공사의 시즌2 영상도 관심을 모았다. 방탄소년단의 멤버 슈가가 발표한 ‘대취타’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조회수 3억 3300만 뷰를 기록했는데 전통 행진 음악인 대취타를 샘플링해 랩으로 구현해 세계적 사랑을 받았다. 이처럼 전통문화가 고리타분한 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고, MZ세대가 ‘힙’하게 누릴 수 있다면 전통문화 자체를 배척하지 않고, 유연하게 받아들인다는 걸 보여준다. ‘힙한’ MZ세대와 취향 공동체 힙트래디션의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굴까. MZ세대다. MZ세대가 전통을 즐기는 법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방탄소년단과 이날치밴드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 MZ세대는 SNS를 통해 연결되고, 주로 자신의 경험을 SNS를 통해 확산하길 선호한다. 더불어 기성세대가 전통문화를 고수해야 하고, 딱딱하게 바라본다면, 젊은 층은 전통문화를 재해석하는 시각으로 바라본다. 따라서 전통문화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현대적 스타일로 버무린 굿즈, 공연, 콘텐츠 등을 담은 힙트래디션은 개인의 취향으로 치환된다. 젊은 층은 전통문화를 새롭게 풀어낸 스토리텔링 방식에서 자신의 취향을 발견한다. 이어 자신의 채널을 통해 공유하면서 일종의 힙트래디션을 견고하게 만드는 생산자로 거듭난다. 힙트래디션의 희소성은 젊은 층이 부응하는 ‘한정판’ 문화와도 맞닿아 있다. 코로나19 이후 젊은 층의 구매욕이 증가하고 가치 혹은 취향 소비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한정판' 문화에 익숙한 만큼 힙트래디션에도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힙트래디션은 과거의 전통문화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시대의 요구를 반영한 아이템으로 재탄생하며 젊은 층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이에 젊은 층도 단순히 상품과 문화를 소비하는 게 아닌 자신만의 의미나 문화적 가치를 부여하는 소비로서 망설임 없이 움직이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류’ ‘K-POP’ ‘K-컬처’ 등으로 변주된 흐름 속에서 전통문화를 재해석한 힙트래디션은 전 세계가 연결된 미디어 환경을 지렛대 삼아 얼마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상품점 https://www.museumshop.or.kr/kor/mai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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